[2월 읽을만한 책] 작품의 고향
임종업 저 | 소동
우선, 독자들에게 호사를 선사하는 책이다. 책의 만듦새도 좋거니와 책 갈피갈피 보석처럼 박힌 그림들이 눈과 뇌를 즐겁게 한다.
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이렇게 넘치게 책에 넣어 편집하는 것은 복잡한 저작권 문제로 쉽지 않은 일이다. 역사와 지리, 작가론과 작품론을 잘 버무린 글의 구성도 탄탄해서 읽는 이에게 포만감을 준다.
작가들이 뿌리를 내린 터는 태어난 곳이든 흘러들어가 둥지를 튼 곳이든 마음에 새겨진 ‘고향’이다. 지은이는 치열하게 삶을 일구며 그 삶의 터를 작품에 투영해 온 작가들을 직접 만난다.
면면이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정선의 인왕산, 허련·허형·허건의 진도, 전혁림의 통영은 아름다운 산천을 담아내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해준다. 강요배의 제주도, 이종구의 오지리, 김기찬의 중림동, 황재형의 태백은 그림으로 읽는 인류학 보고서가 아닐까? 거기에 4·3항쟁이 있고 농부들의 그을린 얼굴이 있으며 골목을 달리는 아이들과 탄광에서 올라온 검은 사내들이 있다. 박대성의 경주, 서용선의 영월, 송창의 임진강, 오윤의 지리산은 불국사와 단종애사와 남북 분단과 산사나이들의 죽음이 묻어나는 역동적인 역사의 현장이다. 이처럼 지은이는 작품 속의 장소에 담긴 역사와 설화를 풀어내며,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고하며, 작가의 땀내 나는 현장을 따듯한 시선으로 짚어낸다.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