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읽을만한 책] 큐레이션: 과감히 덜어내는 힘
마이클 바스카 저/최윤영 역 | 예문아카이브
결정장애라는 표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 치료나 관리가 필요한 장애로서의 의미보다는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피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맥락으로 가볍게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잉사회라 부를 만큼 모든 것(상품, 콘텐츠, 서비스 등)이 넘쳐나는 시대에, 제한된 자원과 조건을 가지고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보면, 결정장애는 단순히 일부 사람, 일부 상황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정보, 생산, 경쟁 등에 제한이 있던 시대에는 소비자에게 결정의 권한이 없었다. 대부분은 주어진 것을 수용하는 수동적 소비에 머물렀다. 이후 정보, 생산, 경쟁 등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의 능동적 소비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소비의 대상이자 원천이 되는 요소의 규모가 능동적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범위를 훌쩍 넘어서면서, 소비자는 다시 수동적 소비 즉, 적절한 결정을 위해 누군가의, 무엇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큐레이션은 이 지점에서 주목 받게 된다. 하지만, 큐레이션을 수동적 소비의 양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새롭고 스마트한 기제이자 기회로서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미술관, 박물관에서나 활용되던 큐레이션이 인터넷, 패션, 금융, 유통, 여행, 음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이슈 내지는 기술로 자리해가는 시대에 큐레이션의 필요성, 원리, 방법 및 활용 등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개인, 기업, 사회로 이어지는 전 수준에서 큐레이션을 다루고 있다. ‘큐레이션에 관한 큐레이션’이라 할 만하다.
| 추천자: 이준호(호서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