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읽을만한 책] 조선의 아버지들
백승종 저 | 사우
최근 아버지의 부재를 실감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아버지가 정말로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요즘 세상에서 요구하는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적다는 뜻이다.
3, 40년 전 가난하던 시절에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돈벌이야말로 가장인 아버지의 주요 덕목이었다. 엄한 가부장제를 강조한 유교사회의 유산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시절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집 밖으로 돌 수 밖에 없었다. 돈 버는 사람(breadwinner)으로서의 위치가 확고했으므로, 돈만 잘 벌어오면 모든 게 용서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러나 인류문명이 끝없이 진화하듯이, 가족이나 가정의 의미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부부 맞벌이는 이제 일상이 되었고, 이에 반비례하여 독재자 아버지의 모습도 빛바랜 추억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는 이런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그 결과 가정에서도 ‘하숙생’이나 ‘투명인간’으로 불리는 지경에 이른지 오래다. 황혼이혼의 급증 현상도 이런 시대상의 한 파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과거의 아버지들을 제대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아버지들은 과연 돈 버는 기계였을까?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처신했을까? 역사학자인 저자는 조선시대의 아버지 12명을 불러내, 현대인의 시각에 맞게 재구성하여 감칠맛 넘치게 오밀조밀 소개한다. 읽기에 재미있고 내용도 유익하다.
| 추천자: 계승범(서강대 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