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몰랐던 저승사자의 실체
저승사자란?
저승사자는 망자에게 죽음을 알리고, 저승까지의 낯선 길을 안내해주는 인도자다. 사람이 죽으면 가장 먼저 저승사자를 만나는 것은 저승 세계에서 망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저승사자는 적배지(赤牌旨, 붉은 천에 저승으로 가야 할 자의 이름을 쓴 것)를 들고 마을 사람들의 생사를 주관하는 본향당신에 가서 호적과 장적을 맞춰본다. 혹시 다른 사람을 데려가는 실수를 막기 위함이다.
신원이 확인되면 저승사자는 망자의 집으로 가서 망자의 이름과 나이를 크게 세 번 부르는데, 이렇게 하면 망자의 영혼이 나와 저승으로 데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저승사자의 실제 모습은?
흔히 저승사자라고 하면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검은 갓을 쓴 창백한 얼굴의 존재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전설의 고향’과 같은 드라마를 통해 비교적 현대에 굳어진 모습이다.
조선 시대 그려진 불화 '사신도'의 저승사자는 검은 옷이 아닌 붉은 갑옷을 입은 군졸의 모습을 하고 있다. 또, 무섭고 거친 인상이 아닌 저승 세계를 수호하는 장군답게 용맹스러운 모습을 갖춘 것도 요즘 저승사자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부분이다.저승사자는 공무원?
저승사자를 박봉과 야근에 시달리는 공무원으로 그려 호평받은 드라마 ‘도깨비’처럼 실제의 저승사자는 저승의 공무원에 준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있는 열 명의 심판관인 ‘십대왕’에게 3년에 걸쳐 이승에서 지은 선업과 악업을 심판받는다고 믿었는데, 십대왕의 명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고 망자를 인도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가 바로 저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도깨비’의 저승사자 일터인 찻집이 덕수궁 돌담 안쪽에 있는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단, ‘도깨비’의 저승사자는 관할구역을 맡아 주로 홀로 업무를 수행하지만, 민간설화에 전해지는 저승사자는 천황사자, 지황사자, 인황사자 세 명이 한 조로 움직인다. 사자밥의 밥, 동전, 짚신 등이 모두 3개씩인 것도 이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직부사자와 감재사자 두 명이 한 조인 것으로 여겨진다.저승사자는 노잣돈을 모은다?
‘도깨비’의 저승사자는 300년 동안 제사상 노잣돈을 모아 겨우 전셋집을 마련한다. 정말 저승사자는 노잣돈을 모았던 것일까?
전통적으로 상을 당한 집에서는 임종 직후 대문 밖에 사자밥을 차려놓았다. 망자를 편하게 모셔가 달라는 뜻으로 저승사자를 대접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대접이 소홀하면 저승사자가 망자를 데려갈 때 수갑을 채워 이리저리 굴리며 애를 먹인다고 생각했다. 망자의 가족들은 사자밥 외에 돈을 주어 저승사자의 심술을 달래기도 했다.알고 보면 어리숙한 저승사자?
‘도깨비’의 저승사자는 일할 때는 냉정한 프로의 모습이지만, 평소에는 오히려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한다. 과연 저승사자에게 이런 인간적인 면이 있을까?
실제 민간 설화에는 저승사자의 실수를 담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그중 망자를 데리러 왔다 후한 대접을 받은 후 마음이 약해져 그냥 돌아갔다는 저승사자의 이야기와 이런 저승사자의 약점을 이용해 목숨을 여러 번 연장한 사람의 이야기는 꽤 여럿이다.
이 외에 저승사자들의 실수로 용인의 추천석 대신 진천의 추천석을 데려갔다는 '생거진천' 설화도 저승사자의 실수를 담은 유명한 이야기다.저승사자를 대할 때 금기사항은?
저승사자에 대한 금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저승사자를 절대 집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저승사자가 집안에 들어오면 안 가고 남으려고 하는데, 집안에 남은 저승사자는 화가 되어 집에 큰 우환이 생기거나 삼 년 탈상 안에 다른 사람을 잡아간다고 여겼다. 저승사자 대접을 대문 밖이나 마당 뜰에서 하는 것은 이 때문이며, 대접은 저승사자가 섭섭하지 않게 후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