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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안타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클리블랜드에서는 2.1이닝 만에 선발 투수 조쉬 톰린을 내리고 두 번째 투수 댄 오테로가 공을 이어받게 했다. 1회 2사 1, 3루에서 2루타로 2타점을 쓸어 담았던 시카고 컵스 6번 타자 에디슨 러셀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볼 카운트는 투수에게 불리했다. 두 개의 볼이 먼저 들어갔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오테로는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한가운데로 공을 던졌고 1회 2타점 2루타를 쳐냈던 러셀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는 무려 139m나 뻗어가는 큼지막한 그랜드 슬램이 터졌다. 시카고 컵스에서는 환호를 클리블랜드에서는 탄식을 부르는 만루 홈런이었다.

2승 3패로 벼랑 끝에 몰려있던 시카고 컵스가 기사회생은 물론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를 풀 수도 있게 됐다. 11월 2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MLB) 월드 시리즈 6차전에서 홈런 3방을 몰아친 시카고 컵스가 클리블랜드를 9:3으로 꺾고 시리즈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1회초 3번 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솔로포로 시작된 경기는 3회 6번 타자 에디슨 러셀의 만루 홈런에 이어 9회 4번 타자 앤소니 리조의 투런홈런으로 막을 내렸다. 1회 2루타로 2타점을 사냥했던 러셀은 3회 만루홈런으로 4타점을 추가, 메이저리그 역대 4번째로 월드 시리즈에서 한 경기 6타점을 기록한 선수로 남게 됐다.

시카고 컵스의 방망이가 일찌감치 터져주면서 선발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의 어깨도 가볍게 해주었다. 아리에타는 솔로 홈런 포함 피안타 3개로 2점을 내주기는 했어도 5.2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켜 10월 27일 열린 2차전에 이어 월드 시리즈 2승을 수확할 수 있었다. 반면 3차전 선발 투수였던 클리블랜드 선발 투수 조쉬 톰린은 오테로가 승계 주자 3명을 모두 실점으로 연결해 2.1이닝 6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시카고 컵스가 홈구장인 리글리필드에서 3차전과 4차전을 내주고 1승 3패로 밀렸을 때만 해도 지난 107년간 계속되어왔던 염소의 저주는 이번에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었다. 5차전을 잡아 2승 3패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로 장소를 옮긴 6차전을 승리로 따내면서 이제 월드 시리즈의 향방은 7차전에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7차전 선발로 시카고 컵스에서는 3차전에서 4.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냈던 카일 핸드릭스를 예고했고, 클리블랜드에서는 1차전과 4차전 선발로 나와 2승을 챙겼던 코리 클루버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선발 투수 무게의 추는 클리블랜드로 기울어 보인다. 다만 사흘 쉬고 나흘 만의 등판이라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어느 팀이든 저주는 풀리게 되어있다. 그게 108년 만에 풀게 될 염소의 저주인지 아니면 61년 만에 풀기를 원하는 와후 추장의 저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두 팀 중에서 어느 팀이 승리하든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3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로 전 세계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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