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10월 31일, 메이저리그 소식 '벼랑 끝에서 살아난 시카고 컵스'
자칫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108년 만에 찾아온 염소의 저주를 풀 수 있는 기회도 그렇거니와 71년 만에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월드 시리즈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고 그대로 끝날 수도 있었다. 게다가 홈구장에서 클리블랜드의 우승 축제에 들러리까지 서야 한다. 1승 3패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시카고 컵스로서는 이래저래 고달픈 하루가 예고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리글리 필드는 시카고 컵스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71년 만에 열린 월드 시리즈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러 온 관중들이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표정 또한 비장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으므로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었다. 리글리 필드에서 반드시 승전고를 울리겠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조짐도 좋았다. 2회초 수비에서 클리블랜드 5번 타자 카를로스 산타나의 타구가 1루 더그아웃 위로 뜨자 포수 데이빗 로스가 열심히 따라가는 허슬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타구는 중심을 잃은 로스의 미트에 들어갔다 튕겨 나왔지만 이번에는 로스 뒤에 있던 1루수 앤소니 리조가 팔을 뻗어 공을 받아냈다. 우주의 기운이 시카고 컵스에게로 모이는 듯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역시 강팀이었다. 산타나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호세 라미레즈가 시카고 컵스 선발 투수 존 레스터의 두 번째 공을 받아쳐 왼쪽 관중석에 꽂아 넣었다. 시카고 컵스를 맥빠지게 만드는 홈런인 반면 68년 만에 월드 시리즈 우승에 한 발만 남겨놓고 있던 클리블랜드로서는 축포가 될 수도 있는 한 방이었다.
4회 드디어 시카고 컵스에게 반격의 기회가 찾아왔다. 선두 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 클리블랜드 선발 투수 트레버 바우어의 세 번째 공을 받아쳐 동점 솔로포로 연결한 것. 게다가 3번 타자 앤소니 리조의 2루타와 4번 타자 벤 조브리스트의 우전 안타가 이어졌고 5번 타자 에디슨 러셀까지 내야 안타를 기록하면서 역전 점수까지 따내기에 이르렀다. 8번 타자 데이빗 로스의 희생타로 1점을 추가하기도 했다.
라미레즈에게 불의의 한 방을 맞기는 했지만 시카고 컵스 선발 투수 존 레스터는 안정적인 피칭을 이어갔다. 6회 라자이 데이비스의 좌전 안타와 도루에 이어 프란시스코 린도어의 적시타로 2번째 실점을 내주기는 했어도 6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며 4피안타로 2실점에 머물렀다. 1차전 패배와 벼랑 끝에 몰렸다는 심리적 부담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박수받아 마땅했다.
시카고 컵스는 두 번째 투수 C.J. 에드워드가 불안해 보이자 7회초 1사 1루 상황에서 아롤디스 채프먼을 올리는 초강수를 띄웠다. 채프먼은 2.2이닝 동안 10타자를 상대했고 42개의 공을 던졌다. 9회초 마지막 타자였던 라미레즈를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채프먼은 71년 만에 열린 월드 시리즈가 열린 리글리 필드에 승리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