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10월 25일, 프로야구 소식 '일장춘몽으로 끝난 LG의 꿈'
96억의 사나이 박석민이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스코어는 1:1이었고 후반으로 접어든 7회초였다. 마운드에는 선발 투수 우규민에 이어 두 번째 투수 허프가 지키고 있었다. 초구를 지켜본 박석민은 허프의 두 번째 공에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149km짜리 속구는 좌측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홈런으로 이어졌다.
3회 선취점을 먼저 내주었던 NC는 4회 테임즈의 솔로포로 동점을 만들고, 7회 박석민의 역전포로 경기를 뒤집은 데 이어 곧바로 김성욱의 투런홈런까지 터지면서 4:1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8회 2사 만루에서 박민우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했고, 9회에도 이호준과 김태군의 적시타로 2점을 보탰다. LG가 8회에 2점을 따라붙었으나 이미 승부의 추는 NC로 기울어진 후였다.
3차전에서 무려 16개로 22번을 출루하면서도 2점을 얻는데 그쳤던 LG는 4차전에서도 좀처럼 방망이가 터지지 않았다. 1회말 톱타자 문선재의 2루타와 이천웅의 희생번트로 1사 3루의 기회를 잡았고, 박용택의 볼넷으로 1사 1, 3루의 기회를 이어갔지만 4번 타자 히메네스가 2루수 땅볼에 그쳐 병살로 연결되는 통에 선취 득점에 실패했다.
3회에는 선두 타자 손주인의 볼넷과 문선재의 좌전 안타, 그리고 이천웅의 몸에 맞는 공으로 NC를 몰아세울 수 있는 무사 만루의 득점 기회를 잡기도 했으나 박용택의 병살로 1점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그 1점의 리드마저 4회 테임즈의 솔로포로 지켜내지 못 했다. 2회와 4회에는 2사 후에 정성훈의 2루타가 연속해서 터졌으나 유강남이 범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LG는 선발 우규민에 이어 5회 1사 2루 상황에서 허프를 투입했다. 허프는 대타 권희동과 박민우를 투수 땅볼로 잡은데 이어 6회에도 내야 안타 하나만 허용하고 삼진 두 개와 내야 땅볼 하나로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7회가 시작되자마자 박석민에게 솔로포를 맞았고, 곧바로 김성욱에게도 투런포를 맞아 패전의 멍에를 짊어져야 했다.
1:6으로 뒤지던 LG는 8회말 선두 타자 박용택의 볼넷과 히메네스의 2루타로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아 추격에 나서는 듯했다. 그렇지만 오지환과 채은성이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추격의 고삐를 당기지 못했고 그나마 정성훈의 안타가 터져 2점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완패한 날이었던 셈이다.
힘겹기는 했어도 기아를 꺾은 데 이어 넥센마저 격파하고 올라온 LG였기에 상승세가 대단해 보였다. 어수선한 분위기의 NC도 LG의 상승세에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잠실을 홈으로 하는 한 지붕 두 가족의 한국 시리즈가 성사되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게 일장춘몽에 불과했다. 시리즈 내내 타선은 물방망이였고 마운드도 불안했다. 그리고 LG가 꿈꾸던 가을날의 동화는 그렇게 끝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