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10월 21일, 메이저리그 소식 '다시 벼랑으로 내몰린 LA 다저스'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두 경기 연속 영봉승을 거둔 팀이라면 이렇게 어이없이 무너질 수는 없는 일이다. 마운드는 불안정했고 수비는 엉성했으며 방망이마저 시원치 않았다. 심지어 두 번의 승리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다. 21일(한국시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시카고 컵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5차전을 치른 LA 다저스 이야기다.
지난 16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렸던 시리즈 1차전에 이어 5차전에서도 시카고 컵스 선발 투수 존 레스터를 상대한 LA 다저스 선발 투수는 마에다 겐타였다. 1차전에서 레스터가 6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낸 것과 달리 마에다는 4이닝 동안 3실점했고 5회말 수비에서 페드로 바에즈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당시 마에다는 "전반적으로 다 안 좋았다"며 자책하기도 했었다.
다시 맞붙은 승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회초 컵스 톱타자 덱스터 파울러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후 3번 타자 앤소니 리조에게 우측 2루타로 선취점을 내주었다. 파울러의 중전 안타에 이어 2번 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좌측 2루타로 선취점을 내주었던 1차전과 똑같이 닮아 있었다. 1차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1차전에서 꾸역꾸역 막아냈던 마에다는 5차전에서도 꾸역꾸역 막아냈다. 다행히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1회 1개, 2회 2개, 3회 2개, 4회 1개 등 6개의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1차전보다는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투구 수가 문제였다. 3회 투아웃까지 잡았을 때 마에다는 이미 75개를 던진 상태였다. 그래도 교체를 말할 시기는 아니었다. 다음 타자가 투수 레스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생각은 달랐다. 레스터 타석에서 마에다를 내리고 조쉬 필즈를 올렸다. 2사이기는 해도 주자가 1, 2루에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린 탓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로버츠 감독은 "내가 느끼기에 패스트볼 커맨드가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 브레이킹 볼도 날카롭지 못 했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밝혔다.
필즈가 레스터를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으나 마에다에게도 필즈에게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졸지에 타자도 아닌 투수에게도 밀리는 투수가 돼버린 마에다도 그렇거니와 고작(?) 투수나 상대하기 위해 올라온 필즈에게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원칙 없는 마운드 운용은 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어놓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4차전에서 기록된 실책만 4개를 쏟아냈던 다저스는 5차전에서도 공식적으로는 1개의 실책만 기록되었지만 실책성 플레이를 무더기로 쏟아내며 사실상 자멸했다. 6회 에디슨 러셀에게 투런포를 맞고 1:3으로 끌려가던 다저스는 8회초 엉성한 수비로 무려 5점이나 내주고 말았다. 쫓아가기도 버거운 판에 오히려 점수가 더 벌어진 것이다.
8회초 선두 타자 러셀의 체크 스윙에 맞은 타구를 1루수 곤잘레스가 잡아 투수 페드로 바에즈에게 토스했지만 바에즈가 제대로 받지 못 했다. 파울러의 1루 강습 타구를 곤잘레스가 잘 잡았으나 투수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지 않아 1루가 비어있었기에 내야 안타로 만들어 주었고, 아웃 타이밍으로 보였던 브라이언트의 타구 역시 간발의 차이로 내야 안타가 되었다.
마운드도, 수비도, 공격도 안 풀리던 다저스는 컨디션 점검 차 9회말에 올라온 아롤디스 채프먼을 상대로 2점을 뽑아낸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던 다저스는 이제 2승 3패로 뒤지게 됐다. 1경기만 더 내주면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리는 물론 월드 시리즈 티켓까지 컵스에게 빼앗기게 된다. 2차전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했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어깨만 무거워지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