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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 타자 앤드류 톨레스의 타구가 우익수 앞에 떨어지자 2루에 있던 곤잘레스가 3루를 지나 홈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느린 발로 유명한 곤잘레스였기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주루 플레이였다. 2사 만루의 기회를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곤잘레스는 선취점을 선택했다. 다음 타자가 투수 홀리오 유리아스였으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느림보 또는 거북이라 놀림당하던 곤잘레스는 이전과 달리 사력을 다해 달렸다. LA 다저스가 선취점을 뽑게 된다면 타격 부진 속에 두 경기 연속 영패의 굴욕을 당했던 시카고 컵스로서는 심리적으로 쫓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건드리지 않아도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이 컸다. 다만, 곤잘레스의 무모한 질주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톨레스의 타구를 잡은 컵스의 우익수 제이슨 헤이워드가 홈을 향해 공을 던졌다. 헤이워드의 송구는 포수 윌슨 콘트레라스의 오른쪽으로 향했고 콘트레라스는 몸을 틀어 곤잘레스를 향해 미트를 뻗었다. 그와 동시에 홈으로 쇄도하던 곤잘레스 역시 몸통은 바깥쪽으로 향하게 한 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하면서 왼손으로 홈플레이트를 쓸었다.

누구 하나의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콘트레라스의 미트가 곤잘레스의 왼쪽 어깨를 터치한 시점과 곤잘레스의 왼손이 홈플레이트를 쓰는 시점이 거의 동타임이었던 탓이다. 주심은 아웃을 선언했지만 곤잘레스는 승복할 수 없었다. 반대로 세이프가 선언되었다면 이번에는 콘트레라스가 승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비디오 판독까지 이어졌으나 판독 불가로 인해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불안하던 예감은 4회에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3회까지 삼진 4개를 잡아내며 호투하던 선발 투수 유리아스가 선두 타자 벤 조브리스트에 이어 하비에르 바에즈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의 위기에 몰리면서부터다. 콘트레라스에게 적시타를 맞았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익수 톨레스의 실책까지 나와 두 점을 먼저 내줘야 했다.

유리아스가 20살짜리 신예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다저스에서는 투수 교체를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어차피 유리아스에게 커쇼급 활약을 기대한 것도 아니었을 테니 불펜을 미리미리 대기시켜놓고 있었어야 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유리아스를 그대로 밀고 나갔고 에디슨 러셀에게 투런포를 맞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0:4로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컵스의 타선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컵스는 5회 앤소니 리조가 솔로포를 쏘아올렸고 6회에는 우왕좌왕하며 실책으로 자멸한 다저스를 상대로 5점을 더 뽑아냈다. 컵스가 두 경기 연속 영패 당한 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면 다저스 역시 두 경기 연속 영봉승을 거둔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컵스로서는 살아난 방망이가 반갑기 그지없다. 올 시즌 103승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 팀답다. 반면, 다저스로서는 3차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게다가 뜨겁게 달궈진 컵스 타선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까지 생겼다.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1승 1패로 동률을 이룬 후 LA 다저스타디움으로 건너와 다시 2승 2패로 동률을 이룬 두 팀은 2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5차전을 갖게 된다.

한편, 아메리칸 리그(ALCS)에서는 클리블랜드가 토론토를 꺾고 월드 시리즈 티켓을 손에 넣었다.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챔피언십 시리즈 5차전에서 클리블랜드는 카를로스 산타나와 코코 크리스프의 홈런포를 앞세워 토론토를 3:0으로 꺾고 1997년 이후 19년 만에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다. 1948년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했던 클리블랜드는 68년 만에 다시 정상을 노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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