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와 가까운 싱가포르의 한낮은 뜨겁다. 사정없이 내리쬐는 강한 햇볕과 높은 기온, 후끈한 공기는 사람을 금세 지치게 만들며 거리에서 몰아낸다. 이런 한낮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원한 건물 속으로 더위를 피해가지만, 뜨거운 햇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지키는 것이 있다. 바로 싱가포르의 명물 아이스크림빵을 파는 노점이다.

관광객 사이에서 싱가포르의 아이스크림빵은 유명하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오차드로드에는 백 미터 간격으로 아이스크림빵을 파는 노점이 늘어서 있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빵을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크림빵은 주로 관광객이 많은 번화가나 공원 주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한낮에 아이스크림은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가장 가까운 노점을 찾았더니 백발이 성성한 주인장이 반갑게 맞아준다. 아이스크림빵 하나에 1.2 싱가포르 달러. 명품 쇼핑숍이 늘어선 거리라 그런가 하나에 1 싱가포르 달러인 다른 지역보다 조금 비싼 가격이다.
아이스크림 종류는 다양했다. 커피, 망고, 초콜릿, 팥, 블루베리 등 익숙한 것부터 얌, 두리안처럼 이름만으로는 맛이 짐작되지 않는 낯선 아이스크림까지 총 망라되어 있다.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더니 손수레 깊숙한 곳에서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꺼내 한 덩이를 칼로 금세 잘라낸 후 와플과 빵 중에 하나를 고르란다. 와플을 선택하니 얇은 과자를 꺼내 아이스크림 양옆에 척 붙여 내어준다.

망고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주문하니 주인장은 부지런히 손을 놀려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이번에는 와플 대신 빵을 선택했더니 알록달록 무지개색 식빵 한 조각에 아이스크림을 감싸 내어준다.

부드러운 빵 사이로 스며드는 아이스크림은 싱가포르의 더위를 한순간에 씻어준 후 눈 녹듯 사라졌다. 아이스크림빵이 싱가포르의 명물이 된 건 맛도 맛이지만 살인적인 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는 그 청량감 덕분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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