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읽을만한 책] 화가의 마지막 그림
이유리 저 | 서해문집
불멸의 작품을 남긴 위대한 화가들, 그들은 우리의 감성을 예술의 아름다운 경지로 끌어 올린다. 그들이 남긴 작품 앞에서 누군가는 찬탄하고, 누군가는 위로받고, 누군가는 인생의 화두를 발견한다. 그 그림들에는 화가의 인생 역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평생 울지 않는 백조가 죽기 직전 토해 내는 아름다움과 슬픔이 농축된 단 한 번의 울음처럼, 화가들의 마지막 작품은 곧 그들의 묘비명이다.
이중섭의 마지막 작품은 ‘돌아오지 않는 강’이다. 같은 구도에 담아낸 봄, 여름, 가을, 겨울 연작이다. 광주리를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인의 얼굴은 표정이 없는데, 창가에 기대어 그녀를 기다리는 사내는 그리움에 애가 타는 모습이다. 작품 속에 남자와 여자가 같이 등장하건만 ‘돌아오지 않는 강’이라니... 그는 끝내 일본에 있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걸 예감했던 것 같다.
흑인 빈민가에서 태어나 거리의 ‘낙서화가’로 출발하여 ‘검은 피카소’라고까지 추앙받았던 바스키아의 예지는 섬뜩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은 해골에 올라탄 자신의 모습을 그린 ‘죽음과 합승’이다. 백인에게 ‘발견’되고, 백인에게 ‘소진’된 그는 아프리카로 가서 새로운 삶을 펼쳐 보려 했지만 약물 중독으로 죽음에 발목이 잡히고 만다.
지은이는 마지막 작품을 매개로 화가들의 치열했고, 고단했고, 매서웠던 삶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특히 에드워드 호퍼, 에곤 실레, 케테 콜비츠, 프리다 칼로 등 근현대 화가들을 많이 등장시켜 현실감이 생생하다. 밀도 높은 글과 의미심장한 그림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 추천자: 강옥순(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