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에서 포항까지 매콤 새콤 맛있는 시장탐방
여행지에서의 문화와 그곳 사람들의 생활상을 제대로 보려면 '시장'에 가보자. 장이 서는 날이라면 더더욱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지역별 시장, 더 크게 나라별 시장은 모두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경북의 영천과 포항의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곳 주민들의 삶은 어떠할지 먼저 영천공설시장을 찾아 영천역으로 향했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영천역까지 무궁화호 기차를 타고 가면 약 4시간 37분 정도가 소요된다. 장시간 여행이다 보니 기차에서 책을 읽거나 간식을 먹으며 기차 여행만의 낭만을 만끽해도 좋다. 버스로 가면 좀 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영천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약 3시간 50분이 소요된다.
영천역에서 도보로 7분 정도면 영천공설시장에 도착한다. 때마침 도착한 날은 2일, 장이 서는 날이다. 채소, 과일, 나물과 생선, 약재들이 길 양옆으로 자리를 깔고 늘어서 있다. 어디 싱싱하고 좋은 물건 나왔나? 어슬렁어슬렁 뒷짐을 지고 구경 길에 나선 영천 어르신들이 보인다.
그런데, 유독 한 점포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이곳에선 무엇을 파나 보니 경북 영천 장의 명물, 영천 돔베기 고기가 아닌가. 돔베기는 '상어고기'의 경상도 사투리다. 토막 낸 상어고기를 포 뜨고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것인데 가시와 비린내가 없어 각종 요리에 널리 쓰인다. 찜, 조림, 구이, 튀김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데다 담백한 맛을 자랑하니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장 먹거리만으로도 배가 차지만 영천 시장에 왔으면 근처의 소문난 맛집, '삼송꾼만두'를 방문해보자. 군만두가 맛있기로 유명한 삼송꾼만두는 바삭한 튀김옷과 꽉 찬 속이 일품인 곳. 간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작게 썰린 단무지를 하나 얹어 먹으면 더 풍부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슬슬 영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포항터미널로 이동해볼까 한다. 영천에서 포항까지는 시외버스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포항터미널에서 북부시장까지는 500번, 105번, 100번 등의 버스를 타고 약 25분 정도면 도착한다. 흔히 포항 하면 규모가 큰 죽도시장을 많이들 떠올린다. 북부시장은 죽도시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해산물 위주로 특화된 시장으로 해산물 요리 관련 유명식당들이 많다.
해산물 요리 중 포항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바로 '물회'다. 특히 북부시장의 '새포항 물회'집은 최근 '백종원의 3대 천왕'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와 타지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한다고 한다.
새포항물회는 기호에 따라 세 가지 스타일로 먹을 수 있다. 소면과 함께 그대로 비벼 먹는 비빔회가 있고, 물을 부어 먹는 물회, 밥을 비벼 먹는 회덮밥 이렇게 세 가지다. 이곳 양념은 직접 담은 재래식 고추장을 사용해 더 매콤 새콤한 맛을 낸다. 쫄깃한 회와 함께 소면 또는 밥과 쓱쓱 비며 먹는 포항 물회의 참맛을 이곳에서 느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