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읽을만한 책] 우주 비행사 동주
김소연 글, 이경하 그림 | 별숲
우리 주변에서 슬프고도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는 일도 힘들지만, 그것보다 더욱 힘든 일은 내가 그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고 느낄 때가 아닐까 한다. 더욱이 그 슬픔과 힘겨움이 자신에게는 아무 잘못도 없는 어린이가 온몸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라면 어떨까?
이 작품의 주인공 한동주는 부모님의 이혼과 가출로 여든이 가까운 할머니에게 억지로 맡겨진 열 살밖에 안 된 어린이다. 할머니는 갖은 질병을 앓는 몸으로 폐지를 주워 생활하지만 삶의 힘겨움에 술을 자주 드시고 동주에게 손찌검까지 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마음의 문을 꽁꽁 닫고 있던 동주는 지역아동복지센터에서 미술치료사로 일하는 민 선생님을 통해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고,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며 홀로 설 수 있다는 의지를 스스로 보여 준다.
얼마 전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0대 부자 가운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는 3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조선시대처럼 부(富)뿐만 아니라 신분까지 대물림되는 사회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 작품에서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어린 동주가 “돈이 많아야 공부도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요. 선생님은 그것도 모르세요?”라고 반문하는 말대꾸는, 든든한 경제적 배경과 부모의 영향력으로 사교육과 조기 해외 유학을 거쳐 자녀들을 성공시키는 부유층의 모습에 대한 항변같이 들린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 놓일 지라도 그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낼 줄 아는 아이’, 자신의 우주선 옆 자리에 할머니를 태우겠다고 말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아이, 할머니가 보육원에 간 자신을 보기 위해 오실 때 차비에 쓰라고 폐지를 주워 돈을 모으는 생각이 깊은 아이, 동주에게서 우리는 밝은 빛을 본다. 우리의 아이들이 만들어갈 미래에, 동주의 용감한 우주 항해에 기대와 희망을 건다.| 추천자: 김영찬(서울 광성중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