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름은 끝?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
양력 8월 8일 무렵인 입추는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절기다.
가을의 시작이라지만 입추에는 날씨가 무척 덥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입추의 늦더위는 옛날부터 있었던 것으로 정종 병자 2년에는 “입하부터 입추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주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사에는 “입추에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게 더위가 한창인 때를 가을의 시작으로 보는 것은, 입추부터 서늘한 바람이 부는 등 계절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입추 기간을 5일씩 3후(三候)로 나눴는데, 초후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차후에는 흰 이슬이 내리며, 말후에는 쓰르라미가 운다고 했다.
입추가 되면 농촌에서는 김매기가 끝나 한가해지며, 참깨, 옥수수 등을 수확하고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기 시작한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시기라 날씨가 매우 중요하다. 이 무렵 맑은 날씨가 계속 되야 풍작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는 입추가 지나 5일 이상 비가 계속되면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를 올렸고, 입추에 날씨 점을 치기도 했다. 날씨 점은 입추에 비가 조금 내리면 길하고,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여겼으며, 천둥이 치면 쌀 수확량이 적고, 지진이 있으면 다음 해 봄에 소와 염소가 죽는다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