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
열세 살 소녀 안나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 케이트의 치료를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한 맞춤형 아기로 태어났다. 태어나서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니 케이트에게 제대혈, 백혈구, 줄기세포, 골수 등 몸의 일부를 끊임없이 내주어야 했던 안나. 이제 언니에게 신장마저 기증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안나는 결심한다.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소설 ‘마이 시스터즈 키퍼: 쌍둥이별’은 유전공학과 복제인간에 대한 이슈가 세계적인 붐을 이뤘던 2008년 출간됐다. 소설은 장기 기증, 맞춤 아기, 자녀에 대한 부모의 통제권 등 윤리적 논란이 될만한 이슈를 한데 모아 소재로 삼은 덕에 당시 유행했던 영화 ‘아일랜드’나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뒤를 잇는 공상과학물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전면에 내세운 유전자 조작이나 부모에 대한 복제소녀의 파격적인 소송 등은 그저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일 뿐, 소설이 진짜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가족의 의미’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가족 각자를 화자로 내세워 이야기를 전개한다. 건강한 아이들과 죽어가는 딸 사이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엄마 ‘사라’, 아픈 동생에게 관심을 빼앗기고 방치되어 비행청소년이 된 아들 ‘제시’와 모든 것을 언니에게 내주어야 했던 ‘안나’, 가족 사이에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빠 ‘브라이언’, 그리고 엄마의 보호를 독차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역차별에 멍들어가는 ‘케이트’까지. 소설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으며 이들 모두는 나름의 이유와 고뇌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당연히 안나 편으로 시작했던 독자들은 점점 혼란스러워지는데, 아이러니한 건 이들 중 절대적인 강자도 약자도,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다는 사실이다. 혹은 그 모두라고 해야 할까?
결말부터 얘기하자면 안나와 가족들은 소송으로 인해 씻지 못할 상처를 받지만, 터놓지 못했던 서로의 마음과 사랑을 확인하고 안나의 소송에 대해 어렵사리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게 된 가족들이 이제 더 나은 삶을 살아가리라 기대하는 순간, 소설은 예기치 못한 사건을 통해 충격적인 끝을 맺는다.
소설 ‘마이 시스터즈 키퍼: 쌍둥이별’은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로 제작되어 이듬해 개봉되었다. 긴 분량의 책을 효과적으로 요약한 영화는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되새기며 소설 못지않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과 전혀 다른 결말을 선택했다. 아마 가족용 영화로써는 원작의 결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는지도 모른다. 덕분에 영화는 소설보다 훨씬 매끄럽게 이어지지만 뻔한 결말이라는 식상한 느낌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애잔하게 울리는 가족이란 이름과 함께, 인생은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진행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이 시스터즈 키퍼’. 이 작품은 소설, 영화 모두 권할만하고 둘 다 나무랄 데 없는 진한 감동을 선사하지만, 좀 더 깊은 여운을 느끼고 싶다면 한 수 위인 소설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