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랑방] '말(马)'과 관련된 단어 이야기
말(马)은 고대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온 동물이다. 전쟁도구, 권위의 상징, 교통수단, 운송수단, 생산수단 등으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그런 만큼 중국의 일상생활에도 말(马)과 관련된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언어가 일정한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중국어를 공부할 때 `马`란 글자가 들어 있는 단어를 대하면서 소, 돼지, 개, 고양이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동물보다 왜 하필 말(马)을 사용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단어를 오래 기억하고 잘 활용하려면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활용빈도가 높은 중국어 단어 중 말(马)과 관련된 단어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마상(马上)`은 `곧`, `즉시`라는 부사로 신속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인다. 과거에는 말 이외에 더 빠른 이동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말 위에 앉기만 하면 어디든지 빨리 갈 수 있었다. 만약 현대적인 단어로 바꾼다면 `车上`, `飞机上` 등이 되어야겠지만 언어는 오랜 시간 지속된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마루(马路)` 역시 말이 다니는 길 즉, 큰 길을 의미한다. 현재 마루(马路)에는 말이 아닌 차들로 덮여 있지만 큰 길을 `车路`라고 하지는 않는다.
`상마져우(上马酒)`와 `샤마져우(下马酒)` 역시 교통수단과 관련된 단어이다. `상마져우(上马酒)는 먼 길을 떠날 때 무사귀환과 순조로운 목적달성을 위해 말을 타기 전에 술을 한 대접 마시는 의식을 뜻한다. 그리고 `샤마져우(下马酒)`는 무사귀환을 기뻐하며 술을 마시는 의식을 뜻한다. 내가 지방의 소수민족 지역을 답사하고 떠날 때 비록 말이 아닌 차를 탔지만 순조로운 여정을 기원하며 석별의 정을 담은 `상마져우(上马酒)` 의식을 행한 적이 있다.
`마통(马桶)`은 변기를 뜻한다. 과거 우리의 요강과 같은 용도로 쓰였다. 현재에도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마통(马桶)을 사용하고 있다. 변기에 `马`가 사용된 것은 변기에 앉는 자세가 말을 탄 자세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파이마피(拍马屁)`는 `아부하다`라는 뜻이다. 직역을 하면 `말의 엉덩이를 두드려주다`가 된다. 옛날 지위가 높는 사람에게 아부하려면 그가 타고 타니는 말의 엉덩이를 두드려줌으로써 말에게조차 잘 보여야 한다는 뜻이니 얼마나 심한 아부인가!
`마따하(马大哈)`라는 말은 `매사에 부주의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것은 말(马)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여기서 `马`는 사람의 성(姓)을 나타낸다. 과거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전, 라디오는 생활필수품이었다. 당시 중국에서는 샹성(相声)-만담-이 전국민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유명했던 만담꾼 중에 성이 马씨인 사람이 어떤 소리를 들어도 크게 허허 웃어버리고 마는 역할을 했다. 이를 중국어로 `马大哈` 즉, `마씨가 크게 웃는다`라고 쓰게 되었는데 매사에 `덜렁덜렁`, `대충대충` 웃어 넘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유행어가 되었다.
`마마후후(马马虎虎)`란 `대강대강`, `얼렁뚱땅`이란 뜻인데 말과 호랑이와 관련이 있다. 말과 호랑이는 주로 상서롭고 호방한 느낌을 주는 동물임에 불구하고 이 단어에서는 우리의 상상과 다르게 좋지 않은 뜻에 쓰이고 있다. 이것에 대해 전해지는 옛날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인지는 다소.....
옛날 어떤 사람이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는데 술에 취해서 혹은 그림 실력이 부족하여 호랑이를 그린다고 그리면 말이 되고 말을 그리면 호랑이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의 아들은 자연히 그가 그린 말과 호랑이 그림을 보고 말과 호랑이를 혼동하게 되었다. 어느 날 그의 아들이 산 속을 지나다 호랑이를 만났는데 말로 알고 반갑게 다가갔으니 쯧쯧쯧...... 그 후로 `마마후후(马马虎虎)`는 `말과 호랑이도 구분하지 못하는`이란 뜻에서 출발하여 `어떤 것도 분명하지 않은`이란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