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다빈치 코드
소설 ‘다빈치 코드’는 미국의 평범한 교사였던 댄 브라운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서게 한 작품이다. 소설은 빠른 진행과 간결한 문체, 매력적인 소재로 독자를 사로잡으며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다빈치 코드의 인기는 64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145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고, 종교적 논란으로 인한 ‘상영 논란’을 불러올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소설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해사건에서 시작된다. 살해된 루브르 박물관장의 손녀이자 암호해독관인 소피는 할아버지가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암호를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되고, 종교기호학자 랭던과 함께 다빈치의 그림에 숨겨진 암호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암호를 풀어갈수록 이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목숨을 위협받게 되고, 유럽 전역을 넘나드는 숨 막히는 추격전 속에 사건의 실체가 하나, 둘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다빈치를 비롯한 유명인의 예술작품 속에 숨겨진 암호, 고대부터 이어져 온 비밀단체, 전설 속 성배의 진실 등 소설에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재가 넘쳐나는데, 작가는 실제 연구를 통한 충분한 자료를 통해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한다. 예술적, 역사적, 종교적 지식으로 무장한 소설은 현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정말일까?”라는 의문을 자연스레 불러일으킨다.
‘다빈치 코드’는 기독교에 대한 새로운 종교적 해석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만큼 종교관에 따라서는 거북할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탄탄한 구성력과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운 전개, 치밀한 추리로 독자를 푹 빠져들게 한다.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해 예측하기 힘든 결말에 이르기까지 시원하게 내달리는 ‘다빈치 코드’는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여름에 읽기 딱 좋은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은 출간 후 3년 만에 톰 행크스 주연의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원작의 명성이 워낙 큰 탓인지 혹평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소설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는 영화 나름대로 깊은 여운과 인상을 남겨주었다. 사건을 이어가는 다양한 소재는 여전히 흥미롭고, 소설 못지않은 빠른 전개로 영화는 2시간 반에 달하는 상영 시간 동안 딴생각을 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소설을 보고 기다렸던 팬들의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영화 역시 잠들지 못한 여름밤에 보기 그만이다.
‘다빈치 코드’는 소설과 영화 모두 여름밤 보기 좋은 추리물이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당연히 소설을 추천한다. 혹, 영화만 보고 소설을 보지 않았다면 영화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한 다양한 진실과 사건, 미묘한 여운이 남아있는 소설을 꼭 보길 권하고 싶다. 하지만 소설만 본 당신이라면 그대로 멈춰도 좋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들이 재현된 기쁨보다는 뭔가 생략된 허전함을 느끼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선택은 당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