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지하철에 딱 한 자리가 비어 있다. 다음 승객 중 누가 앉게 될까?
“건강한 70대 어르신”
“만성 빈혈에 시달리는 20대 여성”
“과로로 지친 40~50대 가장”
“임신 12주차의 30대 임산부”
“늘 수면 시간이 부족한 10대 수험생”
개인적인 상황이 어떻든 정답은 어르신이 아닐까 싶다.
지하철 자리를 두고 '노인 간 갈등'까지 심화된 시점에 젊은 사람들이 앉았다간 눈치가 보인다. 그간은 노인들이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젊은 세대를 꾸짖는 일이 잦았다면, 이제는 노(老)-노(老) 갈등까지 일어난다(중앙일보, 5월 16일자)는 기사가 나올 정도니까. 
<한국어 기본어휘 의미빈도 사전>에 나타난 ‘자리’의 용법을 살펴보면, 사물이나 사람이 차지하는 일정한 ‘장소’, ‘~곳’, ‘직책’의 뜻으로 압도적으로 높게 쓰인다(96.9%). ‘바닥에 놓고 앉거나 눕도록 된 깔개’란 뜻의 ‘자리’는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키며 전체 빈도의 3.1%에 머문다. 지하철의 '자리'란 전자에 해당하는 의미다.   
최근에는 지하철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한국 지하철의 편리함은 이미 외국인들 사이에 정평이 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늘 마음 쓰이는 일이 하나 있다. 자율적이지 않은 자리 양보 문화가 그것이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젊은 서양 여성이 빈자리에 앉아 있다.
노약자석이 무엇인지 알 턱이 없다.
마침 앉을 자리를 찾던 어르신 한 분이 그 외국인을 보더니 다짜고짜 ‘내 자리 내놓으라’는 말투와 태도로 무안을 준다.
영문도 모르는 채 그 외국인은 황급히 일어나 그 자리를 피한다.
실제 목격담이다. 누군가 쫓아가서 상황 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면 그 외국인은 한국의 지하철 문화에 대한 오해를 안고 돌아가지 않을까 우려됐다. 그 후론 노약자석에 앉은 외국인을 보면 왠지 조마조마하다.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미풍양속이다. 다만 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배려여야 하며 강요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지하철에서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따라 ‘소신껏 앉을 권리’를 존중받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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