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을 보면 답답한 감이 없지 않다. 폭발력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지만, 그것을 지속시키는 힘이 늘 부족하다. ‘나는 가수다’에서는 가수끼리의 경연이라는 충격적인 포맷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결국 그 포맷을 다양하게 응용한 다른 방송사의 콘텐츠에 밀리는 형국이다. ‘아빠 어디가’는 단연 육아 예능의 돌풍을 일으킨 주역이지만 그 수혜자는 따로 있었다.

최근 MBC 예능의 큰 수확이라고 한다면 ‘토토가 열풍’일 것이다. 무한도전의 기획 프로그램으로 90년대 가수들을 초청해 과거의 무대를 재현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근래 보기 드문 20%가 넘는 예능 시청률로 큰 주목을 받았고, 출연 가수들 역시 방송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MBC의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90년대 가수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새로 시작된 ‘나는 가수다 시즌 3’도 경연 시작 후 급히 선택한 주제가 ‘내 마음을 울린 90년대 명곡’이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이번 구정 특집 방송도 토토가 일색이다. 만일 ‘토토가’의 인기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다. ‘설에 다시 보는 무한도전 토토가 스페셜’부터 ‘토토가’의 제작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다큐멘터리 ‘토요일 토요일은 무도다’, 게다가 ‘토토가’의 무편집 공연실황까지 방송된다. 아직 ‘토토가’를 보지 못했거나 90년대 음악의 향수에 빠진 이들에게는 반가울 만한 소식임에는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된다.

불과 4~5년 전 이와 비슷한 열풍을 체감했던 적이 있었다. 2010년 가을, MBC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서는 추석 특집으로 ‘쎄시봉 친구들’ 편을 방송했다. 1960년대 말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감상실이었던 무교동의 쎄시봉을 자주 찾았던 7080 가수들을 초청하면서 붙인 호칭이었다. 
 
7080시절의 가수들이 출연해 통기타를 튕기며 부르는 노래에 전국이 들썩였다. LP 음반 같은 아날로그 음악을 찾는 소비자들이 넘쳐나고 전국이 통기타 열풍에 빠졌다. 7080 음악만을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도 생겼고, 쎄시봉 친구들은 월드 투어까지 돌아야 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생각보다 뜨거운 호응과 식지 않는 인기에 MBC에서는 설 특집으로도 쎄시봉 콘서트를 방영하고, 쎄시봉 다큐멘터리까지도 제작했었다.
그러나 정작 쎄시봉의 돌풍을 일으킨 주역인 ‘놀러와’ 프로그램은 그것이 마지막 불꽃이나 되었던 듯 폐지된 지 오래다. 5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음악을 그려낸 ‘쎄시봉’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지만, 반응이 영 뜨뜻미지근하다. ‘토토가’가 불러일으킨 90년대 음악과 복고에의 향수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 하더라도 우려먹기가 계속되면 그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7080 음악의 주 고객층이었던 5~60대보다 90년대 음악의 주 고객층인 3~40대는 변화와 트렌드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고 싫증을 빨리 느끼는 편이다. 단순히 과거의 음악을 듣고,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것은 이미 식상하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과 수많은 가수로 즐거웠던 90년대를 되살리는 것은 그 시절의 가수들이 현재에 맞는 새로운 음악으로 인정을 받을 때일 것이다. MBC 예능 또한 ‘토토가 2’가 아닌 ‘토토가’를 모티브로 한 전혀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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