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이 된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의 살인 사건 전말은?
세계 언론들의 관심 속에 진행되었던 '기적의 아이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의 여자친구 살인사건 공판에서 재판부는 오스카에게 여자친구 리바 스틴캄프 살인죄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의족을 달고 당당히 비장애인들과 육상 레이스를 겨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피스토리우스. 그의 몰락은 지난 2013년 2월 14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자신의 집에서 여자 친구인 모델 리바 스틴캠프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하면서 시작됐다.
◇ '기적의 아이콘' 의족 스프린터의 도전
태어날 때부터 종아리뼈가 없어 양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던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는 12회, 13회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베이징 올림픽 티켓에 도전하며 이슈가 되었다. '의족이 경기력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던 그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끝에 출전 자격을 얻어낸다. 하지만 기록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뒤진 그는 베이징 올림픽 출전에는 실패했다.
이후, 대구에서 열린 육상세계선수권 대회 출전권을 획득한 그는 1600m 계주에서 남아공 대표선수로 출전해 장애인 최초로 은메달을 따내며 기록을 세웠고, 2012년 마침내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그의 꿈을 이루었다. 비록 400m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고, 1600m 계주 결선에서는 최하위의 성적표를 받았지만 그는 '기적의 아이콘'으로 세계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 '기적의 아이콘'에서 여자친구 살해 용의자로
강도로 오인한 실수였을까? 싸움 끝에 벌인 우발적 살인이었을까?
2013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새벽 남아공 피스토리우스 자택에서 여자친구 리바 스틴캠프가 그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외신은 즉각 이 사건을 다루며 '강도로 오인한 피스토리우스의 실수'로 보도했지만 경찰은 그를 살해혐의로 기소했다. 강도로 오인했다는 그의 증언과 배치되는 이웃의 증언 및 증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불어 복잡한 여자관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약물복용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또 여자친구의 두개골이 으스러진 것이 밝혀진 가운데 사건 장소에서는 피 묻은 크리켓 방망이가 발견돼 의혹을 증폭시켰다.
사건의 재구성
당시 사건을 재구성한 남아공의 한 신문에 따르면 스틴캄프는 먼저 침실에서 엉덩이 쪽에 총을 맞아 화장실로 도망갔고, 뒤쫓아간 피스토리우스가 화장실 문을 향해 3발의 총알 쏴 그녀의 머리, 팔, 손을 맞췄다. 이후 심하게 다친 스틴캄프를 안아서 아래층 현관으로 옮겼다. 실제로 화장실 문에는 총알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심리를 계속 이어오던 중 보석으로 풀려났던 피스토리우스는 지난 3월 3일 약 1년만에 다시 열린 공판에 참석해 자기에게 씌워진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그에게 불리한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그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사는 이웃이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고, 이후 총성 네 발이 울렸다"고 증언한 것이다. 증언대로라면 그는 여자친구의 비명소리를 듣고서도 총을 쏜 것이 되고, 여자친구와 싸운 후 총격을 가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된다.
지난 2014년 10월 재판부가 오스카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오스카 측이 다시 항소하면서 아직 재판은 진행 중이다. 사건의 진실은 피스토리우스 본인과 이미 사망한 그녀의 여자친구만이 알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에 여자 친구의 사망 1주기에 '슬프다'는 글을 올리고, 법정에서 얼굴을 감싸고 울음을 터뜨리는 등 실수로 빚어진 비극임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만약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어 사실상 그의 선수 생활은 끝이 나게 된다. '세기의 사건'으로 유명한 OJ 심슨 사건과 얼핏 닮아 있는 이 사건의 결말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