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범신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10.04.06

"밤에 읽었으면 좋겠어요"
2010년 소설 <은교>의 첫 출간 당시 박범신 작가가 인터뷰 중 독자들에게 권한 이야기이다. 낮에는 사회적 존재로 욕망을 숨기지만 밤에는 본능을 깨워서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는 바램이었다. 작가의 바램을 반영하듯 소설 <은교>는 끝없이 달아오르는 인간의 갈망과 본능을 주인공을 통해 뜨겁게 발화시키고 있다.
위대한 시인이라 칭송 받던 시인 이적요는 사후 1년 뒤 공개하라는 유언과 함께 노트 한 권을 남긴다. 변호사 Q는 그의 유언대로 노트를 공개하려 했지만 막상 노트를 읽고 난 후 공개를 망설이게 된다. 그의 노트에는 충격적인 고백 두 가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17살 소녀 은교를 사랑했다는 것과 그의 제자 서지우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였다는 것이었다.
노트에는 은교와의 이야기부터 서지우의 죽음까지의 이야기가 시인 이적요의 수려한 문장으로 쓰여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늙은 시인에게 사랑에 대한 욕망을 불러 일으킨 싱그러운 여고생 은교. 이적요는 은교와 함께 있는 것이 즐겁고 설레었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은교를 향한 욕망은 죽어가는 노인에게 젊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은교와 그의 제자 서지우와의 그렇고 그런 관계를 알게 된 이적요는 질투심을 느끼고, 교통사고로 위장해 서지우를 살해했다고 기록했다.
이적요의 완전범죄인줄만 알았던 사건은 은교가 울면서 변호사Q에게 한 고백을 통해 반전을 맞는다. "할아부지하고 서선생님, 서로가 깊이 사랑하셨다는 거에요. 제가 낄 자리가 없을 정도로요!" 서지우는 다 늙은 스승의 욕망을 증오한 것 이상으로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서지우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났던 목격자의 증언은 이적요의 계획이 실패했음을 알린다.
<은교>는 69살 늙은 노인과 17살 젊은 여고생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소재로만 봤을 때 변태적 성욕이 담긴 왜곡된 연애소설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작가는 연애소설을 뛰어 넘어 인간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존재론적 소설이라고 말한다. 남자와 여자가 무엇인지, 젊음과 늙음이 무엇인지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최근 개봉한 동명의 영화로 인해 다시 한번 주목 받고 있는 원작 <은교>를 통해 인간의 욕망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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