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의 시작…

일상에 공예의 옷을 입히다

공예가들의 자생력 제고 및 소외계층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행복한 공예교육' 사업
"일회성 체험 아닌 지속적인 교육 제공…예술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문화예술교육의 시작…

일상에 공예의 옷을 입히다

공예가들의 자생력 제고 및 소외계층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행복한 공예교육' 사업
"일회성 체험 아닌 지속적인 교육 제공…예술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문화예술교육의 시작…

일상에 공예의 옷을 입히다

공예가들의 자생력 제고 및 소외계층의 문화향유 기회 확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행복한 공예교육' 사업
"일회성 체험 아닌 지속적인 교육 제공…예술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얼마전 지인이 운영하는 서울 연남동 가죽공방에 잠시 들른 적이 있었다. 공방 내부는 사람으로 붐볐는데 그중 한 여성이 느리고 서툰 솜씨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얼핏 보면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구멍에 바늘을 집어넣고 다시 빼는 일을 반복하는데 한땀 한땀 길어지는 바느질 선을 볼때마다 내가 한 것도 아닌데 뭔가 해낸 듯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래서 '핸드메이드' 가치가 높은건가 싶었다.

'공예'는 요즘 문화예술의 인기 트렌드다. 지난 7월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가 운영하는 '로에베 재단 공예상'에서 말총으로 빗살무늬 토기 형태를 엮은 한국작가 정다혜씨의 'A Time of Sincerity(성실의 시간)'가 대상으로 선정됐고 해외 명품 브랜드와 한국 장인들의 손길이 어우러진 협업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는 등 전 세계의 한국 공예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또한, 지난 11일 막을 내린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예 축제 '2022 공예트렌드페어'도 공방, 기업, 갤러리 등 약 330개 업체가 참여해 큰 성황을 이뤘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공진원)은 올해 공예 대중화를 위한 역점 사업으로 '행복한 공예교육'을 진행했다. 김태훈 공진원장은 "공예는 우리 민족의 다양한 삶을 표현해온 역동적인 문화 콘텐츠"라며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하고, 문화소외계층의 공예 향유 기회를 늘리고자 올해 신규 사업으로 공예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2022 행복한 공예교육(9개지역) 10개 수행단체
서울 서울여자대학교산학협력단
1서울 서울여자대학교산학협력단
경기 (재)한국도자재단 & 경기 (사)우리들의 눈
2경기 (재)한국도자재단
3경기 (사)우리들의 눈
충남 충남공예협동조합
4충남 충남공예협동조합
전남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5전남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강원 (사)한지개발원
6강원 (사)한지개발원
충북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
7충북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
전북 전북공예협동조합
8전북 전북공예협동조합
경북 부산대학교산학협력단
9경북 부산대학교산학협력단
경남 진주공예인협회
10경남 진주공예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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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공예교육'은 일상의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공예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게 하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다. 이에 공진원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공모를 통해 전국 거점별로 교육을 수행할 10개 단체를 선정했다.
개별 교육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예가들이 한 팀을 이뤄 각 팀이 지역 내 문화소외시설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소 10회 차 교육을 실시해 일회성 체험이 아닌 지속적인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행복한 공예교육 대표 프로그램 소개
  • 충북

    청주공예비엔날레조직위

    다양한 천연염색 모자 제작

    모자의 용도에 따른 디자인과
    작업기술을 습득, 어르신들을 위한
    힐링 및 창업 가능성 제시.

  • 강원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숨숨집 프로젝트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느끼며
    한지 등 자연물을 이용한
    숨숨집 제작

  • 경기-사단법인 우리들의 눈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

    실 놀이 수다 공방

    섬유의 기본이 되는 실, 끈, 줄을
    통해 다양한 공예활동을 만들기와
    놀이 형태로 진행.

  • 충남

    충남공예협동조합

    째즈향기 '분청'

    지역 공예 콘텐츠인
    '철화분청사기'를 알고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양성

  • 전남

    나주천연염색문화재단

    반려동물 공예프로그램

    전남 내 공예가들을 통해
    문화소외계층인 어르신들을 위한
    공예교육을 제공해 공예가 육성

  • 전북

    전북공예협동조합

    함께 만드는 힐링밥상

    독거노인 및 저소득가정에게
    식기세트 제작 등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성취감·힐링 부여

  • 경북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

    울릉군 기념품 디자인·개발

    울릉군의 지역적 특성을 담은
    섬유공예상품 및 기념품 개발을
    통해 지역살리기 추진

  • 서울

    서울여대 산학협력단

    도자공예를 이용한 영상

    실생활서 사용할 식기, 소품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물을 이미지 및
    영상 컨텐츠로 제작.

  • 경남

    진주공예인협회

    섬마을 공예 선생님(나전칠기)

    섬 지역 주민들에게 우리의
    전통공예인 나전칠기를 체험하고
    공예품을 제작해보는 기회 제공

  • 경기 ? 한국도자재단

    한국도자재단

    캔들 및 인센스 홀더 만들기

    금속공예 기법 중 망치로
    두드리는 단조기법을 활용해
    금속 소품 만들기

이번 사업은 전국의 10개 수행단체와 함께 다양한 주제로 140여개의 세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해당 지역의 문화·환경적 요소를 고려했는데 원주의 문화유산인 한지를 이용한 ‘내게ON한지’(강원), 도자공예를 이용해 영상·화보 만들기 (서울), 금속공예 기법 중 단조기법을 활용한 '캔들 홀더·인센스 홀더 만들기'(경기)는 공예의 다양성을 반영한 장르 중심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반면 문화소외계층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대상자 중심 프로그램으로는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한 '천연염색 다양한 모자 만들기'(충북)· 65세 이상 퇴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째즈향기 분청'(충남)·지리적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울릉군 기념품 디자인·개발'(경북), 섬 지역 주민들을 위한 '섬마을 공예 선생님'(경남)이 진행됐다. 수행단체 전문성 및 거점지역 특징을 반영한 주제 중심 프로그램으로 도자공예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게 한 '함께 만드는 힐링밥상'(전북)·지역 노인들을 위해 새롭게 기획한 '반려동물 공예'(전남)·시각장애인 및 노인·어린이를 대상으로 촉각 인지에 특화시키는 '실 놀이 수다 공방'(경기 서북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440여명의 공예가가 코로나19로 위축되었던 작업 활동을 재개했고, 전국의 문화 소외 시민 1,650여명이 이번 교육에 참여했다.
한지에서 찾은 자연의 가치, 숨숨집 프로젝트
  • 와, 종이 색깔이 너무예뻐요.
    이번엔 이렇게 붙여봐야지~

    강원도 춘천에 있는 한 교실. 한지로 만든 작품 앞에 삼삼오오 모여든 아이들이 연신 감탄을 내뱉는다. 진도를 따라가기 바쁜 일반적인 학교 수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먼저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한 뒤 각자 느낀 감정을 나누는 다소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 와, 종이 색깔이 너무예뻐요.
    이번엔 이렇게 붙여봐야지~

    강원도 춘천에 있는 한 교실. 한지로 만든 작품 앞에 삼삼오오 모여든 아이들이 연신 감탄을 내뱉는다. 진도를 따라가기 바쁜 일반적인 학교 수업과는 다른 모습이다. 먼저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한 뒤 각자 느낀 감정을 나누는 다소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에 있는 춘천 지역 아동 센터 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공공미술 프로그램 '숨숨집 프로젝트'‘내게ON한지’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번 교육은 우리의 문화유산인 닥나무와 한지를 설치미술과 연계해 아이들이 공동창작 작업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총 10회차로 나눠 집과 구성물의 기획부터 디자인·모형만들기, 자연물 채취하기, 숨숨집 골격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교육이 진행됐다.
  • 사진1
  • 사진2
익숙했던 자연이 아이들에게 특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숨숨집 프로젝트는 가볍게 놀이로 시작한다. 주 재료인 닥나무와 닥나무로 만든 한지는 자연의 산물로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유산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삭막해진 도시에서 아이들은 흙을 느끼고 나뭇잎과 나뭇가지, 돌멩이를 수집하여 놀이를 가장한 자유창작을 한다. 놀이로 자연을 접하고 자연과 교류를 하며 숨숨집을 만들기 위한 탐색을 마친다.
이후 다양한 도구로 모두가 함께 엮고 자르고 붙인 후 오색페인팅으로 마무리해 완성한다. 완성된 숨숨집은 제작 과정을 기록한 사진을 부착해 이용자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정지연 강사 인터뷰
도구와 기기장비 사용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해서 아이들이 어려워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의외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의 문화 유산을 잘 알리기 위해서는 재료 선택의 중요함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고 창의적인 미술활동을 통한 공예교육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소통과 연결의 새로운 가능성 ‘공예가 힘이 될 때’
  • 시각장애인분들은 마음의 눈이
    발달해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아쇼카 스페이스에서 '공예가 힘이 될 때' 전시가 열렸다.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에서 운영한 이번 전시에서 노인과 시각장애인, 어린이 등이 지난 7월부터 '행복한 공예교육' 과정에 참여해 만든 양모 비누, 식기, 에코백 등을 선보였다.
경기 서북부지역을 기반으로 진행된 이번 교육은 약 10주에 걸쳐 총 42명의 작가가 도자, 섬유, 한지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교육을 기획하고 수업했으며, 약 150명의 참여자가 공예를 즐기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 서북부지역을 기반으로 진행된 이번 교육은
약 10주에 걸쳐 총 42명의 작가가 도자, 섬유, 한지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교육을 기획하고
수업했으며, 약 150명의 참여자
공예를 즐기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비물질적 가치가 중심이 되는 시대에 직접 만지고, 느끼며, 공들여 만든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다양한 공예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각각의 작품에는 만든 이의 개성과 이들이 경험한 시대의 감성과 분위기가 담겨 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창작자로서 선보이는 참여자들의 작품에는 다듬 어지지 않은 그 자체로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은 공예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한글 자음(ㅋ)을 조형 요소로 활용, 컵과 접시를 디자인해 실용성과 촉각적 즐거움을 강조한 식기, 자연의 돌·이끼·전통 골무의 문양을 패턴으로 삼아 촉각과 후각의 즐거움을 누릴수 있는 양모비누 키트, 맞춤형 포켓을 만들어 시각장애인의 이용 편의성을 높인 에코백 등은 참여자들을 어우르는 소통의 과정으로서 공예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시장 한편에선 교육에 참여한 강사들이 모여 이번 프로그램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번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맡은 엄정순 디렉터는 '(사)우리들의 눈'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잔존 감각들을 통한 표현 미술교육으로 보이지 않지만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엄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노인, 시각장애인, 어린이 등 우리 주변 약자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든 결과물을 전시한다는 것에 의미가 깊다"며 "행복한 공예교육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예 문화의 주체로서 문화를 향유하고 공감해 협력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섬유공예 수업을 진행했던 김춘희 강사는 "그간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수업 경험은 없었는데 진행하기 전 잘할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손도 야무지고 결석도 하지 않는 등 열정적으로 참여해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며 "내가 갖고 있던 여러가지 인식에 큰 변화가 오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한지공예 수업을 진행했던 이인숙 강사는 "시각장애인분들의 경우 아무래도 작업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분들은 마음의 눈이 발달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마음의 눈으로 작품도 만들고 색도 읽어내는 등 마음으로 소통하며 여러가지 애환과 삶의 고충 속에서도 자신만의 희망을 찾아가는 것을 보며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기회의 불평등' 해소... 공예교육으로 날개 달다
'행복한 공예교육'을 살펴보다 보니 '엘 시스테마'가 떠오른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아브레우 박사가 마약과 폭력 등 위험에 노출된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준 프로그램이다. '행복한 공예교육'은 공예 활동의 기회가 적은 시각장애인, 섬마을 주민들, 노인, 어린이들에게 다채로운 공예 프로그램을 통해 꿈과 희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많이 닮았다.

최재일 공진원 공예본부장은 "그간 공진원이 다수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공예를 소비하고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했다면 올해 처음 마련된 이번 사업은 문화소외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일회적인 체험에서 벗어나 문화소외계층이 공예가와 참여자의 커뮤니티 속에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共感, Empathy)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사람들은 예술교육을 통해 작품을 보고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타인과 교류하면서 공감하는 능력을 키운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뛰어난 예술가들을 보면 대부분 예술을 접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었고 그 경험을 통해 본인의 자질과 꿈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경제적 후원이 아니라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교육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받았던 이들의 오감(五感)을 일깨우고 위로하는 공예 교육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