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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의료 리더를 만나다] 최동훈 용인세브란스병원장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보다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

기사입력 2022.06.17 09:53
최동훈 용인세브란스병원장 인터뷰 ② 스마트병원의 진화
  • 지난 2년간 의료계는 패러다임 시프트라 일컬을 정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더믹으로 비접촉·비대면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며,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4차산업 기술을 의료에 접목한 스마트병원의 현실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이런 변화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에 기회가 되었다. 개원 전부터 ‘디지털 혁신병원’의 현실화를 위해 아낌없는 투자와 노력을 해온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코로나 시대가 요구하는 감염관리 시스템을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 시스템을 이미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에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스마트병원 선도 모델 개발 의료기관'으로 선정되었으며, 2021학년도 진료수익과 일평균 외래 환자 수 등 주요 경영 지표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최상의 인프라 설계로 스마트병원 기반 구축

    최동훈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은 이와 같은 성과의 비결로 “개원 전부터 많은 공을 들인 시스템 인프라 설계”를 손꼽았다. 환자의 안전과 편의를 높이고, 의료진의 업무를 경감하는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은 그에 맞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 유무선 네트워크관리 솔루션 NMS(Network Management System) 메인 화면 /이미지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 유무선 네트워크관리 솔루션 NMS(Network Management System) 메인 화면 /이미지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최상의 인프라를 위해 국내 최초 5G 인빌딩 시스템을 구축하고, IoT 기반 솔루션을 위한 Wi-Fi6 AP(Access Point)를 촘촘하게 설치했다. 또한, 네트워크 유선 케이블도 CAT6a로 설치했다. 아울러 외부 KOREN 연구망도 10G로 증설했고, 2020년 12월에는 국내 최초로 신촌, 강남, 용인 간 양자암호기술을 적용한 연세의료원 전용선(10G) 구축도 완료했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RTLS, Real Time Location System)의 위치정보를 활용한 ‘감염관리 솔루션’과 각 병동의 환자와 병원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임상 통합 관제실(IRS, Integration Response Space)’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마트 ID 카드, 5G 복합 방역 로봇, 의료진용 모바일 앱, 특수구역 전자출입명부 앱, 환자용 앱, 모바일 PACS, 출입 통제용 안면 인식솔루션, 음성 인식솔루션, AI 판독 보조 솔루션, 디지털 병리 등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이 운용되고 있다.

    스마트병원 선도모델로 선정된 스마트 감염관리 시스템

    용인세브란스병원의 스마트 감염관리 알고리즘은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을 대비하고자 RTLS 기반으로 개발한 것으로, 2020년 3월 개원 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 맞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시스템으로 구축했다.

  • 용인세브란스병원 통합반응상황실(IRS)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최동훈 병원장 /사진=이대덕 기자
    ▲ 용인세브란스병원 통합반응상황실(IRS)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 최동훈 병원장 /사진=이대덕 기자

    최동훈 병원장은 “스마트 감염관리 시스템이 보건복지부 스마트병원 선도모델로 선정되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며 4개 모델로 고도화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비대면 스마트 출입 통제 시스템과 융합된 스마트 사전 방역 모델’이다. 환자 안전과 출입 관리 인력의 효율성을 위해 스피드게이트, 사전문진 키오스크를 구축했으며, 비콘 스캐너로 수집되는 외래 지역 밀집도 정보와 5G 복합방역 로봇을 연동시켜 감염 전파 위험성이 높은 공간을 관리하는 선제적 스마트 방역을 구축했다.

    두 번째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스마트 감염추적관리를 통하여 감염 발생 시 신속한 사후 대응 모델’이다. 입원환자와 교직원, 상주 협력사 인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실시간 위치추적을 외래진료 영역까지 확대하여, 스마트폰(Android OS/iOS) 기반으로 외래 환자와 방문객에도 적용하여 감염 환자 발생 시 신속하게 밀접 접촉자를 파악하고, n차 감염을 차단해 안전한 병원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세 번째는 ‘다양한 디지털 혁신 솔루션이 적용된 실증형 스마트 병동 구축’으로 스마트 병동 실증 사업을 위해 4개의 스마트 병동을 선정·운영하고, 감염 환자를 위한 비대면 상담시스템을 통해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환자 안정을 위한 PEDIS-G 앱을 개발했다.

    마지막은 ‘스마트 웰빙 치료 모델’이다. 원거리 서울의료원 태릉 생활치료센터와 용인세브란스병원 통합반응상황실(IRS)을 연계해, 치료 센터에 격리된 환자의 체온 측정 정보와 입소 환자의 불안 등 심리적 건강 상태를 언택트 기반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PEDIS-G 앱을 개발했다.

    휴대성, 접근성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 모색

    최동훈 병원장은 “손에 들고 다니는 작은 PC인 모바일을 활용한 서비스가 휴대성과 접근성이 높다”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생활화된 현실을 반영해 다양한 모바일 솔루션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의료진 간 입원환자 치료에 대한 협업 도구로 사용하는 의료진 전용 메신저 Y 톡 앱, 기다림 없는 병원 진료를 위한 환자용 모바일 앱, 입원환자 보호자와 병원 방문자 관리를 위한 방문자 앱, 외래환자 Tracking 앱 등 다양한 모바일 앱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 용인세브란스병원 모바일 플랫폼 개념도 /이미지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 용인세브란스병원 모바일 플랫폼 개념도 /이미지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최동훈 병원장은 모바일 시스템의 성공 사례로 “2019년 의료법 개정으로 특수구역 출입자의 입출 시간을 수기 명부로 작성해 1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 수기 장부 대신 위치추적 정보를 자동 수집하는 방문자 앱을 이용해 전자출입명부로 100%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하며, 원내 도입한 스마트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꾸준하게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병원을 통한 환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 목표

    스마트병원은 의료진의 업무 효율화, 진료 질 향상, 안전성 강화, 의료 자원의 효율적 관리 등 다양한 효과를 제공한다. 최동훈 병원장은 “스마트병원의 도입도 결국 의료기관의 기본 업무인 환자를 잘 치료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의료진이 환자 중심으로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환자 안전에 집중하려면 우선 의료진 업무 경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교직원의 업무를 경감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시스템(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을 도입하여 5개 부서 13개 프로세스를 자동화했다. 이에 따라 수작업으로 인한 오류를 줄이고, 환자 정보와 프로세스 누락을 최소화하여 의료서비스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보험심사파트의 청구 및 삭감 통계 보고서 작성 및 첨부 자료 전송 업무를 RPA로 대체하여 업무량(Full Time Equivalent. FTE)은 0.068에서 적용 후 0.023으로 67% 업무가 경감되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희망부서를 대상으로 키유저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는 13개 부서 25개 업무로 자동화 적용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 최동훈 병원장이 통합반응상황실(IRS)에 모이는 다양한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대덕 기자
    ▲ 최동훈 병원장이 통합반응상황실(IRS)에 모이는 다양한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대덕 기자

    최동훈 병원장은 “디지털 솔루션을 검토할 때 의료진의 필요성이 고려되어야 하며, 실제로도 의료 현장의 프로세스와 업무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지, 원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의 기술 수준이 되는지를 고민하고 검증했다. 이러한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정책은 의료진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기회를 만든 점이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필요한 문제들을 현장의 의료진들과 고민하며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