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

[스마트 의료 리더를 만나다] 최동훈 용인세브란스병원장 “스마트병원의 디지털 혁신, 진료 결과로 이어져야”

기사입력 2022.07.13 13:07
최동훈 용인세브란스병원장 인터뷰 ③ 스마트병원의 미래
  • 지금 전 산업에서는 첨단 4차산업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산업으로 손꼽히는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병원이 대세로 떠올랐으며, 대형병원을 필두로 한 많은 의료기관이 스마트 의료환경 구현을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 속 의료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며,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스마트병원 선도 모델을 제시하며, 국내 스마트 의료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용인세브란스병원 최동훈 병원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최동훈 병원장 /사진=이대덕 기자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최동훈 병원장 /사진=이대덕 기자

    Q 4차산업혁명 기술과 융합한 스마트병원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 그 변화는 초기 단계에 있다. 미래 의료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리라 예측하나? 또, 병원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향후 10년에는 초연결 시대에 맞게 6G 기반 IoT(사물인터넷) 기술과 로봇, 바이오·유전체, AI(인공지능) 등 기술이 고도화될 것이다. 의료기관도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의료기관은 IT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각종 평가나 수가 반영 등 인센티브가 없으면, 병원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ICT 사업 기회가 많은 대형병원은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겠지만, 중소병원은 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 인력, 자금 등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이 디지털 혁신병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스마트병원을 선도하고 있는 병원들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도병원의 선행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를 의료기관이 만들어 나가고, ICT 혁신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질 때 의료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스마트병원 아키텍쳐 구성도 /이미지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 스마트병원 아키텍쳐 구성도 /이미지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Q 미래 의료는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의료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용인세브란스병원도 미국 실리콘밸리 바이오벤처 기업 싸이퍼롬(Cipherome)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개인 맞춤형 치료를 위한 정밀의학 플랫폼 구축을 위한 첫걸음을 떼었다. 해당 플랫폼의 구현 전략과 목표, 기대치를 알고 싶다.

    연세의료원은 4차 산업혁명 및 빅데이터 시대의 도래에 맞춰 임상자료 통합시스템 구축, 임상-유전체를 통합한 빅데이터 기반 정밀 의료의 구현 및 연구 역량 확보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연세의료원의 일원으로서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개원 전인 2020년 1월에 지니너스와 MOU를 체결하며 정밀 의료 플랫폼을 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최근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의료산업센터에서는 병원에서 보유한 임상 데이터와 유전체 데이터와 UK Biobank 데이터를 통합 분석을 할 수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싸이퍼롬(Cipherome)과 MOU를 체결하고 협업을 개시하였으며, 인체유래물은행 데이터를 관리·분석할 수 있는 REDCap 시스템도 설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다양한 임상 데이터들을 통합분석하여 상관관계를 규명하고 환자별로 의학적 문제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맞춤형 정밀의학을 넘어 지능형 예방의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임상 연구의 중요한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Q 첨단 스마트 의료 구현 및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한, 이를 위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스마트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혁신 기술과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점은 현장의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기술 수준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들이 의료현장의 업무 흐름에서 사용자가 적응하는데 어려움 없이 녹아들 수 있어야 조직과 환자 및 보호자의 높은 만족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지털 기술이 치료와 관련된 비용과 시간, 그리고 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국내·외 선도병원에서 도입한 디지털솔루션이라고 해도 우리 병원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조직구성, 진료 영역, 프로세스의 차이, 기관의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경영진의 의지, 구성원의 참여 의사 등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하고 소중한 디지털 경험이 있고, 이러한 경험을 국내의 다른 의료기관들과 공유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계획하고 있으며, 그중 하나로 최근 4월 ‘디지털 백서’를 출간해 요청 의료기관에 제공했다.

  •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 백서 /이미지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 용인세브란스병원 디지털 백서 /이미지 제공=용인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사람을 위한 디지털’을 지향한다. 환자를 위한, 의료기관 구성원을 위한, 연구자를 위한 디지털 변화를 현장에 알맞게 구현하기 위하여 세브란스의 개척정신을 기반으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대한민국이 글로벌 디지털 영토를 개척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Q 용인세브란스병원의 미래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은 국내에서 낯선 입원학과의 개설만 봐도 알 수 있다. 환자의 편의와 의료 업무 효율화에 획기적인 변화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입원학과처럼 첨단 기술과의 융합 외에도 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양한 것 같다. 원장님이 생각하는 미래 병원의 이상향과 용인세브란스병원의 미래 전략은 무엇인가?

    용인세브란스병원과 같은 신규 병원은 전통적인 형태의 병원을 구성하기 위한 전공의 수를 확보하는데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입원환자의 안전과 의료 서비스 질 향상, 외래와 수술 등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업무 경감을 위하여 국내 최초 의과대학 소속 입원의학과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2016년부터 시범 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 본 사업으로 전환되었다.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는 입원의학과 소속 교원이 병동 입원환자의 주치의를 맡고, 전문 분과 교수와 협업 모델을 구축하여 한 명의 입원환자에 입원의학과 주치의와 분과 협업 교수 2명이 함께 진료하고 있다. 기존의 교수-전공의 진료 모델이 수직적인 의사소통이었던 점에 비해 입원의학과-전문분과 협업 모델은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용 메신저도 개원 초에 개발하여 도입했다. 입원의학과 소속 의사는 병동 환자의 진료에 밀착되면서 동시에 병원 원내 진료와 관련된 여러 시스템 보완 및 혁신에 참여하고 있다. 원내 심폐소생술, 영양 관리, 질 관리/환자 안전, 인턴수련, 의무기록 등 다양한 원내 위원회 활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최동훈 병원장 /사진=이대덕 기자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최동훈 병원장 /사진=이대덕 기자

    미래 병원의 이상향은 ‘디지털 혁신의 결과가 곧 진료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내원 전 예약과 상담, 주차/수납/진료/입원 등 원내 생활 그리고 일상의 관리까지 환자의 건강 전주기에 대해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산업들이 함께한다. 결국 5G·6G,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IoT 솔루션 등의 혁신 기술이 환자와 보호자가 체감할 수 있는 프로세스 개선과 의료진의 피로도는 낮추고 집중도는 높이는 역할을 한다.

    우리 기관이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스페셜리스트를 넘어 다양한 분야와 협업이 가능한 ‘멀티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의사소통과 디지털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국내 의료기관의 임상 진료 수준은 이제 해외에서 환자들이 찾아올 만큼 매우 높아졌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혁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역량 개발,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견인, 디지털 의료의 가치 사슬에 중요한 위치에 놓인 의료기관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 국내 의료기관과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디지털 의료 선단이 국가의 제도적 뒷받침에 힘입어 오대양 육대주의 디지털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생길 거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세브란스인의 자긍심을 가슴에 품고, 우리의 소중한 경험과 가치를 세계인과 공유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