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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이 필요할까. 한 마디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그리고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드라마 '스타트업'에서 '한지평'을 맡아 좋은 반응을 얻은 김선호가 작품에 대한 애정과 함께 종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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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종영한 '스타트업'(극본 박혜련, 연출 오충환)은 한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꿈꾸며 스타트업에 뛰어든 청춘들의 시작(START)과 성장(UP)을 그리는 드라마. 극 중 김선호는 독설을 겸비한 투자자 '한지평'을 맡아 때로는 카리스마있는 모습으로, 때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분위기로, 때로는 설렘을 자극하는 디테일한 연기를 선보이며 호평을 얻었다.
김선호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스타트업'이라는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함께한 사람들이 끝까지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며 "제작진과 배우 모두 좋으신 분들이라 조금의 무리도 없이 행복하게 끝낼 수 있었다. 끝이라니 굉장히 아쉽고, '한지평'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극 중 '한지평'은 서달미(배수지)의 할머니 원덕(김해숙)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고, 이후 여주인공에게 힘을 실어주는 편지를 오랜 기간 작성하게 된다. 그리고 성공한 이후 다시 마주한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다. 다만 보통 남주인공에게 이러한 서사가 주어진다면 '스타트업'은 서브 남주인공인 '한지평'에게 이러한 서사를 부여했다.
여기에서 남주인공은 당시 신문에 있던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 '남도산'으로, 한지평은 남도산의 이름을 빌려 서달미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처럼 독특하게 꼬인 로맨스 서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궁금증을 자극했지만, '도달커플'(남도산-서달미)의 이야기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편지 서사'를 넘어설 만큼의 내용이 전개되지 못했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삼각관계에서 메인 커플로 가는 과정에 공감하지 못했다.
한지평의 사랑이 이뤄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김선호는 "이뤄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인연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지평이가 용기를 내서 도산이에게 달미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려주면서, 끝까지 조력자가 되기로 결정한 모습이 한결같아 좋았다"라고 답했다. -
그렇다면 한지평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결국 '지평'이라는 이름처럼 누군가의 샌드박스가 되기만 한 것일까. 김선호는 "지평이가 도산이, 달미, 삼산텍에게 샌드박스라면 지평이의 샌드박스는 원덕이었다"라며 "또 지평이 주변에는 '지평이가 샌드박스가 되어주는 사람', 또 '지평이에게 샌드박스인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남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전보다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김선호에게 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첫 회에서 '원덕'이 어린 '지평'이에게 신발끈을 묶어주고 나서 "성공하면 연락하지마. 부자되고 결혼해도 연락하지마. 잘 먹고 잘 살면 연락하지마. 대신 힘들면 연락해. 저번처럼 비오는 데 갈 데 하나 없으면 와. 미련곰탱이처럼 맞지 말고 그냥 와"라고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다. 김선호는 "지평이로서도, 시청자로서도 가슴이 참 아프면서도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평과 원덕의 마지막 서사를 완성해주는 최종회 역시 인상 깊었다. 원덕은 지평에게 "잘 먹고 잘 살아도 연락해. 별 일 있어도 없어도 그냥 와. 웃어도 되고, 울어도 돼. 그러니까 자주 와"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처음과 같은 듯, 다른 끝을 맺게된 것. "더는 외로워지지 말라"고 한 원덕의 바람처럼, 김선호가 완성한 한지평은 "외롭지 않을 것"이다. -
이처럼 김선호는 자신의 매력을 담아내면서도, 그와는 전혀 다른 '한지평'을 만들어내며 역대급 서브남주라는 평가를 얻었다. 특히 "어떤 글도 한지평 목소리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인상깊었다. 디테일한 모습으로 캐릭터를 완성했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지평'을 떠올릴 수 있다는 내용인 것.
김선호는 '한지평'과 싱크로율에 대해 "50% 정도 아닐까 싶다"라며 "지평이처럼 남들한테 차가운 말도 잘 못하고, 실제로는 좋은 집도, 좋은 차도 없지만, 그래도 저라는 사람이 연기했으니 절반 정도는 내 모습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특히 캐릭터 구축과 관련해 김선호는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잡을 때 무게중심을 좀 아래쪽에 뒀다. 인물들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이 되려고 했고, 장면마다 그렇게 선택했던 것 같다"라며 유연함을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제 연기를 볼 때 부족하고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그래도 '한지평'은 많은 분들이 좋아했으니, 70점 정도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점수를 매겼다. 김선호의 다음은 몇 점일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인터뷰②] 김선호 "작품은 작품대로, 예능은 예능대로…주어진 상황에 최선 다할 것" 기사로 이어집니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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