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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 슬기로운, 조정석생활

기사입력 2020.05.30.08:00
  • tvN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준 역을 맡은 조정석 / 사진 : 잼엔터 제공
    ▲ tvN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익준 역을 맡은 조정석 / 사진 : 잼엔터 제공
    “너는 널 위해 너한테 뭘 해주는데?”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하는 남자가 있다.
    “이렇게 너랑 같이 밥 먹는 것, 커피 마시는 것, 나는 나한테 그걸 해줘.”
    더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온기,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조정석이 보여준 익준은 그런 남자다.

    tvN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늘 생과 사를 마주해야 하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그 속에는 죽음을 마주하는 환자가 있고, 그 환자를 지켜보는 가족이 있고, 그리고 그 환자의 생명선을 쥔 의사가 있다. 무겁기만 할 것 같지만, 결국 그 속에 있는 것은 사람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제목처럼 슬기롭게 이를 풀어나간다.

    조정석은 28일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종영하며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 매체에서 여러 개여 질문을 보내면 소속사에서 이를 취합해, 조정석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도착한 답변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90개의 문항에 빠짐없이 답변한 조정석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에는 진지하게, 어떤 질문에는 “웃긴 게 하나 생각났다”며 유연한 흐름이 이어진다. 마치, 머리도 타고난 천재였고, 가슴까지 타고난 온기를 지닌 ‘익준’ 처럼 말이다.

    조정석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대본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 그에게 “신원호 감독님과 이우정 작가님의 작품에 제안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엔도르핀이 확 돌 정도로 기뻤던 기억”이다. 그 기억은 종영하며 더욱더 진해졌다. “이우정 작가의 글은 매번 놀람과 감동의 연속”이었고 신원호 감독을 “감동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 사진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화면 캡처
    ▲ 사진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화면 캡처
    “대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도 말이 쉽게 안 나왔던 적도 있었고…”

    익준은 조정석에게 ‘처음’의 의미가 있다. 처음 의사 역할을 맡았고, 처음 아빠 역할을 맡았다. 조정석은 “병원을 찾아 외래진료를 보시는 교수님들의 모습을 보며 자문을 구하기도 하고 간이식 수술에 직접 참관을 하기도 했다”고 숨겨진 노력을 말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제가 중점을 둔 부분은 의사라는 역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이익준을 어떤 의사로 표현해야 할까’였던 것 같다. 저는 익준이라는 의사가 사람 냄새가 많이 나는 의사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들을 많이 고민했다.”

    “의사 역을 하면서 환자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데, 정말 대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도 말이 쉽게 안 나왔던 적도 있었고 또 환자의 눈을 바라보기가 너무 힘들었을 때도 있었다. 저는 의사역을 연기하는 거였지만 연기를 하면서 그 상황 속에 있다 보면 ‘내가 저 사람이면 어떨까’라고 생각이 들고 그러다 보니 의사의 심정, 환자의 심정을 깊게 공감하게 됐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반응도 마주했다. “익준이가 조정석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 조정석은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이 말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제는 어디가면 저를 익준 교수님이라고 부른다”며 “주변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특히 친구들에게 “이 정도로 너 싸인 부탁받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아”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웃음 지었다.
  • “’우리가 연기를 한 게 맞나?’라고 할 정도”

    익준에게는 오래된 친구들이 있었다. 안정원(유연석), 채송화(전미도), 김준완(정경호), 양석형(김대명)까지, 이 다섯명은 ‘99즈’라고 불렸다. 조정석은 “모든 배우와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한다. 촬영이 끝나고 나니 더 소중함이 크게 느껴지는 친구들이라고.

    “점점 배우들이 역할이랑 조금씩 비슷해지는 것 같더라. 감독님과 작가님이 이런 점을 보고 캐스팅한 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캐릭터와 비슷한 점도 많고 너무 즐겁게 촬영해서 현장에서 항상 “우리가 연기를 한 게 맞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조정석은 익준이 러브라인이 있다는 것은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송화인지는 몰랐다. “소위 말해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익준과 송화는 과거 석형의 고백과 함께 타이밍이 맞지 않아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은 분명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그 사랑에 대한 감정과 기억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익준이 이혼을 하고 나서 다시 그 마음이 자라나는 부분에 대해 어떤 마음인지 고민했다. 익준과 송화 사이에는 전사가 있었고 그렇기에 충분히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그렇게 익준의 감정을 생각했다.”

    그런 조정석이 시청자의 마음으로 응원하는 커플은 “양석형-추민하(안은진)”다. “왜냐하면 김준완(정경호)-이익순(곽선영)은 이미 잘 됐고, 안정원(유연석)-장겨울(신현빈)도 12회에서 강렬한 키스신까지 나왔는데 석형은 이루어진 게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석형이가 마음을 활짝 열고 추민하의 마음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덧붙이는 그다.
  • “제가 아빠가 된다면, 익준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앞서 말했듯 조정석은 처음으로 아빠 역을 마주했다. 그 시기 역시 절묘했다. 조정석은 올해 초 아내 거미의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그래서 더 익준이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며 “익준이란 인물은 내가 생각해왔던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 우주를 대하는 모습이나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 등. 그런 익준을 연기하면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앞으로 제가 아빠가 된다면 익준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되고 또 익준이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거미와 결혼 후, 산책이 좋아졌다. 조정석은 “함께 걷는 게 즐겁고 혼자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순간들이 즐겁다. 또한 삶 자체가 이전보다 훨씬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느껴진다”고 로맨틱한 대답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결혼 후 특히 달라진 점은 예전보다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 것 같다”고 예비 아빠의 다짐을 다지는 듯한 반전 대답을 툭 던진다.

    “이제 제가 아빠가 되는데, 그렇기에 나의 자식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예전에는 믿고 보는 배우, 영민한 배우 등의 수식어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떠한 수식어를 갖고 싶진 않은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 익준을 연기하면서 깨달은 부분인데 나에게 있어 어느 부분이든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싶고 무언가 한정 짓고 싶지 않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하며 더욱 ‘슬기롭게’ 성장해버린 조정석이다. 그런 조정석의 확정된 차기작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시즌2’. 그는 “시즌 2에 관한 부분은 올 하반기쯤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점 외에는 정말 아는 내용이 전혀 없다. 또 저는 개인적으로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것 같다. 미리 내용을 아는 것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제작의 1등 공신인 사랑하는 팬들에게 조정석식 인사도 덧붙였다.

    “여러분들의 사랑과 관심은 저희를 더욱더 슬기롭게 만듭니다. (웃음) 더 많이 노력하고 준비해서 시즌 2에도 더욱 슬기로운 모습으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사랑과 애정 보내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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