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얼음' 리뷰 / 사진: 파크컴퍼니 제공

"늘 가까이에 있어요."
분명 '허상'이지만 '실재'한다. 추워서 얼기 전에는 형체가 없는 '물'이었던 '얼음'처럼 말이다. 연극 '얼음'을 통해 우리는 "가장 소름 끼치는 허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도 늘 가까이에 있는.

연극 '얼음'의 무대는 단순했다. 형사가 취조를 하는 책상과 두 개의 위자, 책상 위에 놓여진 노트북, 그리고 구석에 있는 냉장고가 전부다. 하지만 무대 위에 형사가 등장하는 순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공간이 가득 채워진다. 형사 1은 "대화를 해야 한다"라며 의자에 앉아있는, 아니 사실은 실존하지 않는 용의자를 취조하기 시작한다. 분명 대화지만, 형사 1의 독백이다.
실재하지 않지만, 소년은 형사 1과의 대화 속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번째 형사가 등장한다. 형사 1이 대화를 하자며 범인을 심문했다면, 형사 2는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와 상상을 토대로 범인의 스토리를 완성해간다. 이처럼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리 없는 대답을 이어가는 소년에게 정보를 수집하지만, 이미 소년이 범인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점은 같다.
늘 가까이에 있던, 가장 소름 끼치는 허상은 소년 자신이었던 것일까. 형사들과의 대화를 들으면, 소년이 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정황은 명확해 보인다. 게다가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구석도 있다. 소년은 피해자를 짝사랑했다. 이에 피해자와의 만남에 대해 언급할 때는 설레는 기색을 드러낸 듯 하면서,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유독 예민하게 구는 것.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진짜 죽었냐는 물음까지 던진다.

이것이 복선이었을까. 뒤이어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밖에 없는 자세한 내용은 연극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팽팽한 심리전이 펼쳐지는 만큼, 잠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결말까지 보고나니 혼란스러웠다. 분명히 보이는 결말이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허상과 마주하고 나니 또 다른 결말이 상상된다. 아니 어쩌면 내가 상상하지 못한 다른 결말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대사 하나하나, 형사들의 모든 행동들까지 허투루 쓰여진 것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장진 감독 특유의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라고 평가받은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연극 '얼음'은 믿고 보는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형사 1에는 정웅인, 이철민, 박호산이 출연을 확정했으며 형사 2에는 이창용, 신성민, 김선호가 트리플로 연기를 맡는다.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력에 장진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대본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연극으로 탄생됐다.

이날 페어로 무대에 오른 것은 박호산, 김선호였다. 박호산은 지난 2016년 공연에도 올랐던 만큼, 형사 1로 완벽히 몰입한 모습으로 능숙한 연기를 펼쳤으며, 김선호는 그간 KBS2 예능 '1박 2일', tvN 드라마 '스타트업'을 통해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다른, 거친 매력을 발산한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가창력까지 만날 수 있는 만큼, 팬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은 연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년은 정말 잔인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맞을까. 그 결과는 연극 '얼음'과 만난 당신의 상상력에 달려있다. 연극 '얼음'은 오는 3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러닝타임 약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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