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물로 보지 마세요.’ 대중목욕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문구다. ‘물을 물로 안 보면 무엇으로 봐야 하지?’라는 썰렁한 의문이 들면서도 ‘물’이란 단어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한다.
 
『한국어 기본어휘 의미빈도 사전』에 나타난 ‘물’의 쓰임은 크게 세 가지다. ‘물을 마시다’와 같이 ‘자연계에 널리 존재하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적 결합물’로서의 ‘물’이 98.1%로 단연 높게 쓰인다. 이 외에 ‘물건에 빛깔을 들이는 물질이나 그 빛깔’이라는 의미에서 ‘물을 들이다’, ‘물고기의 싱싱한 정도를 일컬어 ‘물이 좋다’라고도 한다.
 
‘물’의 관용적인 쓰임도 꽤 많다. ‘물로 보다’는 하찮게 보거나 쉽게 생각한다는 뜻이고, ‘물을 먹이다’는 곤경에 빠뜨린다는 의미다. 물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물을 먹이거나 물과 같은 존재로 여기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반면 어떤 배우의 연기가 ‘물이 올랐다’고 하면 그 재능이나 능력이 완숙해진 절정기를 뜻하기도 한다.
 
물 관련 최대 국제행사인 ‘세계물포럼’이 12일에 개막하여 17일까지 계속된다. 우리가 물을 더 이상 ‘물로 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행사다. ‘세계물포럼’은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가 3년마다 ‘세계 물의 날’(3월 22일)을 전후하여 개최된다. 물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논하는 뜻 깊은 국제행사인 만큼 유의미한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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