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김상옥·유치환 등 문화예술인 흔적 따라 걷는 ‘지붕 없는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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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밤이 근대역사의 시간을 품는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통영 국가유산 야행은 기존 삼도수군통제영 중심에서 항남1번가와 통영 근대역사길 일원으로 무대를 넓힌다.
강석주 통영문화재단 이사장에게 올해 야행의 변화와 의미, 통영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의 방향을 들었다.
- 올해로 8회째를 맞은 통영 국가유산 야행이 갖는 의미와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하나요.
통영 국가유산 야행은 과거의 유산을 단순히 관람하는 행사를 넘어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새롭게 발견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공유하는 축제다.
올해는 기존 삼도수군통제영 중심에서 벗어나 ‘통영 근대역사를 담다’를 주제로 무대를 확장했다. 통영에는 통제영을 중심으로 한 조선시대 역사뿐 아니라 소중한 근현대 역사문화자원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공간의 가치를 시민과 함께 확인하고, 모든 세대가 문화를 향유하는 동시에 축제의 활력이 주변 상권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야행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2026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통영: 통제영 융성의 시간 그리고 빛의 시대, 2026 통영 아트워크: 예술의 항해 등과 연계해 통영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지역경제에도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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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야행을 통해 어떤 가치를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항남1번가는 단순한 구도심 골목이 아니다. 한국 근현대 문화예술을 이끈 거장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일종의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야행에서는 항남1번가가 치열하고 찬란했던 문화예술의 발상지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수산도시 통영을 상징하는 나무상자를 모티프로 만든 근대 문학의 문을 비롯해 옛 녹음다방 터 등 골목 곳곳에 남은 이야기를 콘텐츠로 풀어낸다.
박경리, 김상옥, 유치환 등 통영의 문화예술인으로 분장한 캐릭터들과 직접 만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역사 속 인물을 오늘의 거리에서 만나도록 한 것이다. 과거에 머무는 역사가 아니라 현재와 연결돼 살아 숨 쉬는 역사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입니까.
역사문화자원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일방적으로 보고 듣는 전시에서 벗어나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통영 항일 독립운동가 307인의 이름을 새긴 추모 전시와 문인들의 작품을 따라 쓰는 필사 체험 등을 통해 통영의 역사와 정신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봉래 야간시네마나 통영성 남문의 기억을 되살린 두 개의 문처럼 공간이 지닌 역사적 맥락과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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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야행에서는 시민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고 있나요.
국가유산의 진정한 보존은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야행에서는 시민을 단순한 관람객이 아닌 축제를 함께 만드는 주체로 봤다.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프리마켓 토영장터와 추억 속 통영의 모교 교가를 함께 불러보는 통영 음악학당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들이 늘 걷던 골목이 얼마나 가치 있는 역사문화공간인지 새롭게 발견하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통영 근대역사길이 축제 기간에만 찾는 곳이 아니라 평소에도 시민과 관광객이 찾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 야행이 골목상권과 지역경제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나요.
야행을 찾은 관광객의 발길과 소비가 구도심 곳곳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하는 야간 식당을 통해 지역 상점의 참여를 유도하고, 주민 프리마켓인 토영장터를 통해 지역 상품과 특산물을 알릴 기회도 마련했다.
또 항남1번가의 빈 점포를 체험 공간으로 활용해 침체된 구도심 공간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고자 했다. 문화유산의 가치가 지역민의 삶과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때 축제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행이 문화행사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형 야간 경제 생태계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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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이를 관광·문화 콘텐츠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계획은 무엇인가요.
통영의 독보적인 문화자산을 지속 가능한 미래 가치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문화예술 거장들의 흔적이 남은 구도심의 빈 점포와 역사적 장소를 생생한 체험 콘텐츠 공간으로 만드는 원도심 인문학 공간 자산화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통제영 300년의 역사와 전통 12공방의 장인정신을 미디어아트 등 현대적인 기술과 결합해 통영만의 야간관광 콘텐츠를 만들어가겠다.
아울러 함께하는 야간 식당이나 토영장터와 같은 모델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 문화가 경제를 살리고, 경제가 다시 문화를 꽃피우는 상생형 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통영이 우리가 그리고 있는 방향입니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