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발행 대신 글로벌 유통·전환 등 ‘인프라 제공자’ 역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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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상자산 결제·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문페이(MoonPay)가 한국 법인을 출범하고 한국을 아시아 사업의 거점으로 삼는다. 직접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보다는 국내 금융사와 글로벌 온체인 시장을 연결하는 '인프라 제공자' 역할에 우선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국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도 준비하고 있다.
문페이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문페이 코리아 공식 출범 미디어데이'를 열고 이 같은 한국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이부건 문페이 공동창업자 겸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이날 "한국을 아시아 헤드쿼터로 거점을 두고 있다"며 한국이 가상자산 수요와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진출 배경으로 꼽았다. 문페이는 국내 금융기관 및 플랫폼과 협력해 해외송금과 결제·정산, 디지털자산 유통 등을 실제 금융 서비스로 구현하고, 한국에서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아시아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질의응답에서 한국을 아시아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로 높은 온체인 거래 수요와 수출입 중심의 산업구조를 들었다. 그는 "한국은 온체인 거래 수요가 많고 제조업 기반으로 수출과 수입이 많은 나라"라며 "동남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온체인 파이낸스를 이어줄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한국을 헤드쿼터로 생각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직접 발행보다 인프라 구축에 무게를 뒀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진행하려는 사업 중 문페이가 직접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생각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에 들어갈 생각은 있지만 외국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제도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인프라 제공자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국내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문페이의 해외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 유통과 자산 전환, 지급·결제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페이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해외에서 이를 매수하거나 다른 자산으로 전환하고 지급·결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금융사와의 협력도 이러한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문페이는 우리은행, KB금융그룹, 카카오뱅크 등과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해외송금·결제, 디지털자산 금융서비스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사들과의 협업은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논의·검증하는 단계다. 최한결 문페이 코리아 전략총괄이사는 "국내에서 은행들과의 협업 방향이 완전하게 아직 구체적으로 다져진 것은 아니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사가 보유한 고객 접점과 문페이의 해외 네트워크를 결합해 보다 빠르고 편리하며 비용을 낮춘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 협력의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과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전제로 글로벌 유통 채널 구축 방안을 추진한다. 해외 교민과 유학생, 관광객 등이 해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매수·보유하거나 환전할 수 있도록 문페이의 지갑과 온·오프램프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국내외 기업 간 국경을 넘는 지급·정산과 국내 거주 외국인의 송금 서비스도 협력 대상으로 검토한다.
KB금융그룹과는 은행과 카드의 고객 접점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법정화폐와 디지털자산 간 전환을 위한 금융 인프라 연계와 월렛 서비스 구조 등을 검토하고, 국내 제도에 맞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사업 구조와 해외송금·결제 기회를 모색한다.
KB국민카드와는 외국인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국내 가맹점 결제에 활용하는 모델 등을 검토한다. 공동 개념검증(PoC)을 통해 안전성과 편의성, 시스템 연계 가능성과 사업 타당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와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한다. 유학생 해외송금을 예로 국내에서 송금을 신청한 뒤 스테이블코인을 전송하고 달러로 전환해 미국 현지 은행계좌에 입금하기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문페이가 제시한 '1시간 이내 송금'은 현재 제공되는 서비스 시간이 아니라 PoC에서 검증하려는 목표다.
문페이가 국내 사업에서 강조한 개념은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국내 금융사의 실제 계좌와 결제·정산 시스템까지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문페이는 금융IT 기업 핑거 인수에도 참여했다. 문페이는 핑거가 보유한 국내 금융 시스템 구축 경험과 자사의 글로벌 월렛·자산전환·지급 인프라를 결합해 국내 은행 및 카드사 시스템과 연동한다는 계획이다.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이상거래탐지(FDS) 등 통제 체계를 비롯해 금융기관의 보안 심사와 접근권한 관리, 장애 대응 등 국내 금융사의 운영 기준을 시스템에 반영하는 데도 핑거의 역량을 활용할 방침이다.
국내에서 실제 가상자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VASP 신고 준비도 시작했다.
이 대표는 "현재 ISMS 컨설팅 업체와 계약을 통해 절차를 준비하고 있고 한국 규제에 맞는 시스템 아키텍처를 구축하고 있다"며 "내년에 VASP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빠르게 인증을 받아 많은 금융사와 파트너십을 협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고 완료 시점이나 신고 이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선보일 구체적인 서비스는 이날 공개하지 않았다.
문페이는 한국 시장에서 유동성 공급과 스테이블코인 간 전환 등을 주요 수익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은행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공급(LP)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며 크로스체인 환전과 유동성 풀을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간 전환 등을 주요 수익모델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페이에 따르면 현재 누적 처리금액은 450억달러 이상, 인증 이용자는 3200만명 이상이다. 최근 12개월 기준 온보딩·거래 파트너는 1500곳 이상으로, 온·오프램프부터 스테이블코인 전환, 글로벌 지급, 발행·상환, 가맹점 결제·정산까지 온체인 자금 이동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파트너들과 원화 입출금부터 결제·정산까지 구현하는 것이 문페이의 라스트마일 전략"이라며 "국내 파트너들과 함께 더 빠르고 저렴하고 편리한 온체인 금융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