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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폴리펩타이드 인수 소식을 ‘국내 바이오업계 최대 규모 M&A 성사’라는 제목으로 알렸다. 같은 날 나온 영문 자료의 제목은 ‘폴리펩타이드 인수를 위한 현금 공개매수 제안(all-cash offer to acquire PolyPeptide)’이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6월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SB27’의 임상 1·3상 결과를 국내에는 ‘동등성 입증’으로, 해외에는 ‘긍정적인 예비 1·3상 데이터(Positive Preliminary Phase 1 and Phase 3 Data)’로 소개했다. 두 회사 모두 같은 날 같은 사안을 국문과 영문으로 발표했는데, 국내 자료는 성과를 더 확정적으로 앞세웠지만 영문 자료는 남은 단계와 결과의 범위를 함께 드러냈다.
국내 발표가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거래계약을 맺었고, 폴리펩타이드 이사회의 지지와 최대주주의 응모 확약도 받았다. SB27 역시 1차 평가변수에서 사전에 정한 동등성 기준을 충족했다. 그러나 인수는 공개매수와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야 마무리되는 거래였고, 회사가 ‘공개매수 착수’를 발표한 것은 8월 말이었다. SB27도 1차 평가변수 결과는 공개됐지만, 두 임상시험 전체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온도차는 국내 자료 안에서도 보인다. 셀트리온은 최근 ‘옴리클로’의 유럽 판매 성과를 ‘스페인 점유율 90% 돌파’라는 제목으로 알렸지만, 본문에서는 이를 7월 기준 ‘추산’치로 설명했다.
차이는 제목에서 끝나지 않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문 자료는 거래 완료에 66⅔% 이상의 응모와 규제 승인 등 조건이 따른다는 점을 명시했다. 당시 PR뉴스와이어를 통해 해외에 배포된 영문 자료 말미에는 거래가 실제로 완료될지, 최종 조건이 어떻게 될지 보장할 수 없다는 면책 문구도 붙었다. 해외 배포본에서는 남은 절차와 불확실성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반면 국내 독자가 가장 먼저 마주한 단어는 ‘성사’였다.
같은 회사가 같은 거래를 두고 왜 국내에는 ‘성사’를, 해외에는 ‘제안’을 먼저 보여준 것일까? 그 이유는 단정할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해외 자료에서 그토록 신중했던 언어가 국내 자료에서는 한층 확정적이었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 특히 개인투자자는 같은 회사로부터 성과의 범위와 남은 조건을 덜 분명하게 전달받은 셈이다.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바이오는 미래 가치로 평가받는 산업이고, 기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단계를 뭉뚱그리는 데 있다. 계약 체결과 거래 종결, 예비 결과와 최종 결과, 추산치와 확정치는 엄연히 다른 단계다. 기업의 임상·계약 발표가 투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바이오 시장에서 이 경계가 흐려지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언론도 이 간극을 키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업이 내놓은 ‘성사’, ‘입증’, ‘돌파’는 따옴표째 기사 제목이 됐고, 포털을 거치며 더 짧아졌다. 그 사이 ‘제안’, ‘예비’, ‘추산’처럼 성과의 범위를 알려주는 단어는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갔다. 기업의 언어를 확인 없이 키워준 대열에서 기자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런 발표가 반복되면 투자자는 개별 기업을 넘어 K-바이오의 성과 발표 전체를 할인해서 읽게 된다. 정말 의미 있는 소식이 나와도 의심부터 받는다. 기업 스스로 신뢰에 할인율을 붙이는 셈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지금,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국내와 해외에 같은 얼굴로 말하면 된다. 해외 투자자에게 보여준 신중함을 국내 투자자에게도 보여주고, 확인된 성과는 성과대로, 남은 절차는 절차대로 알리는 것이다. 좋은 성과라면 굳이 한발 앞서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평가받는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