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HER2 분류서 ORR 차이 없어…40명 탐색적 분석으로 추가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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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AI)을 이용해 HER2 양성 담도암 환자의 종양 조직을 분석한 결과, HER2가 강하게 발현된 종양세포 비율이 높은 환자군에서 더 높은 치료 반응이 나타났다. 기존 병리 검사에서 같은 HER2 양성으로 분류된 환자 사이에서도 치료 반응을 세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다. 다만 40명을 대상으로 한 탐색적 분석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루닛(대표 서범석)은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HER2 양성 진행성 담도암 연구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22일 게재됐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충근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다기관 오픈 라벨(공개) 1b/2상 임상시험 ‘HERBOT’이다. 2023년 5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국내 12개 의료기관에서 HER2 양성 절제 불가능 진행성 담도암 환자 40명을 등록했다. 루닛 연구진은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AI 기반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WSI) 분석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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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전에 진행성 또는 전이성 질환에 대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에게 HER2 표적치료제 트라스투주맙과 면역항암제 니볼루맙, 항암화학요법인 젬시타빈·시스플라틴을 병용 투여했다.
연구의 1차 평가 변수인 객관적 반응률(ORR)은 55%였다. 40명 가운데 1명이 완전반응(CR), 21명이 부분반응(PR)을 보였으며 질병통제율(DCR)은 95%였다.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 17개월 기준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0.6개월이었다. 전체 생존 기간(OS) 중앙값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논문에 따르면 기존 1차 표준 치료인 면역항암제와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은 앞선 임상시험에서 ORR 약 27~29%, PFS 중앙값 약 7개월을 기록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대조군이 없는 단일군 임상이어서 이들 결과와 직접적인 치료 효과 비교는 할 수 없다.
연구팀은 치료 결과와 관련된 바이오마커를 찾기 위해 AI를 활용한 탐색적 분석도 진행했다. 사전에 계획된 탐색적 분석에서 ‘루닛 스코프 HER2’를 이용해 전체 종양 조직에서 HER2가 강하게 발현된 ‘HER2 3+’ 종양세포 비율을 정량화했다.
HER2 3+ 종양세포 비율이 10% 이상인 환자 15명의 ORR은 80%로, 10% 미만인 환자 25명의 40%보다 높았다(P=0.0138).
사후 분석에서는 HER2 3+ 종양세포 비율이 높을수록 종양 감소 폭이 커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P=0.0288). 기존 병리 검사에 따른 HER2 IHC 3+와 IHC 2+/ISH+ 환자 사이에서는 ORR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다(P=0.4119). SISH로 측정한 HER2/CEP17 비율 역시 종양 감소 폭과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P=0.261). 연구진은 기존의 범주형 HER2 판정에 AI 정량분석을 더하면 치료 혜택을 받을 환자를 세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충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AI 기반 디지털 병리 분석은 기존 HER2 면역 염색 병리 분석법보다 치료 효과를 더 잘 예측할 수 있었다”며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검증이 추가로 필요하겠지만, 이처럼 AI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AI 분석 결과가 실제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확립된 것은 아니다. HER2 3+ 종양세포 비율 10% 이상군의 PFS 중앙값은 17.4개월, 10% 미만군은 10.5개월이었으나 위험비(HR)는 0.57, 95% 신뢰구간은 0.23~1.34였다.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로 보기는 어렵다.
이번 연구는 대조군이 없는 단일군·비무작위 1b/2상으로 전체 환자도 40명에 그쳤다. 담낭암 환자가 72.5%를 차지해 다른 담도암으로 결과를 확대해 해석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AI 기반 HER2 분석 결과 역시 외부 환자군에서 검증되지 않은 가설 생성 단계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전성 분석에서는 환자의 90%에서 치료 관련 이상반응이 보고됐다. 3등급 이상 치료 관련 이상반응 중 호중구감소증이 57.5%로 가장 많았고, 빈혈 30.0%, 혈소판감소증 22.5%가 뒤를 이었다. 새로운 안전성 신호는 보고되지 않았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이번 연구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담도암 연구에 루닛 스코프가 기여한 성과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실리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루닛 스코프가 환자 선별과 임상시험 설계, 신약 개발에 이르기까지 의사결정의 근거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