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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영화 '실낙원'에 대해 "저의 이야기 중 가장 어두운 작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엄마와 아들의 서사에 어떤 마음을 담은 것인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18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실낙원' 제작보고회가 진행돼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했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 영화.
영화 '실낙원'은 연상호 감독 어머니의 연습장 세 페이지 정도 분량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연상호 감독은 "어머니가 유독 저를 많이 아끼신다. 오냐오냐 키우셨다. 어느 정도냐면,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군체' 메이킹 영상을 보고 '네가 그렇게 고생할 줄 몰랐다'라며 우셨다"라고 평소 어머니와의 남다른 관계를 이야기했다. 이어 "어머니가 '이야기 쓰는 게 안 힘드냐'라고 물어보셨다. '한글만 알면 다 쓰는 거야'라고 답했다. 그랬는데 다음 명절에 가니 어머니가 이야기를 연습장에 쓰셨다. 그걸 샀다. 그것이 '실낙원'의 원안이 됐다"라고 '실낙원'의 시작을 이야기했다. -
'지옥', '정이', '선산'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추는 김현주는 9년 전 캠핑스쿨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후,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 안에서 아들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엄마 소영 역을 맡았다. 하지만, 어느 날 사라진 아들 선우(배현성)가 다시 살아 돌아오며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겪게 된다. 처음부터 엄마 소영 역에 김현주를 떠올린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가 배우로 30년 동안 경력을 쌓아오셨는데, 그 연기의 진가가 드러났다"라며 "연기하는 걸 보면 초 사이언 같다"라고 '소영'으로 보여줄 김현주의 또 다른 얼굴의 만족감을 내비쳤다.
김현주는 '실낙원' 속 호흡을 위해 배현성과 일부러 현장에서 대화를 줄여가며 '소영'의 감정에 다가섰다. 그는 "제가 경력에 비해 연기하는 기술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냥 감정에 매달리는 편"이라며 "제가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하겠다'라고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배현성은 9년 만에 돌아온 낯선 아들 '선우' 역을 맡았다. 연상호 감독은 "약간 검은 눈동자가 크다. 광기가 있다. 검은 눈동자가 크면 약간 짐승 같은 느낌이 있다"라고 배현성을 캐스팅한 이유를 전했다. '실낙원'으로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된 그는 "부담이 심했다"라며 "제가 보여드린 연기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첫 주연작에서 오는 부담감이 있었다. 현장에서 감독님, 선배님과 대화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선우로서의 연기를 잘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라고 당찬 모습을 보였다. -
김현주와 배현성은 기존 서사와는 다른 '엄마와 아들'이 됐다. 김현주는 "아무리 유전자 검사를 해서 제 친아들이라고 하지만, 9년 동안 떨어져 있었고, 소영의 시간은 10살 아들에 멈춰있었다. 그 기로에 놓인 엄마의 마음이 쉽지 않았다"라고 고민을 내비쳤다. 또한 아들 역의 배현성과의 모자 호흡에 대해 "선우로 나왔을 때 달라진 모습이었다. 같이 시너지가 나야하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긴장감을 가지고 할 수 있었다"라며 배현성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배현성은 "저희가 눈을 마주보며 감정적인 연기를 하는 게 많았는데, 저도 김현주 눈을 보면, 선우로서 감정이 더 올라왔다. 제가 뭘 더 하지 않아도 선배님이 주는 연기에 더 잘 나와서 좋았다. 현장에서도 감독님 말씀처럼 촬영 들어가면 초 사이언처럼 변해서 저에게 에너지를 많이 주셔서 좋았다"라고 김현주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영화 '실낙원'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글로벌적 호평을 이끌어냈다. 외신은 "아들이 가진 두 가지 면모 속에서 한 어머니가 겪는 가혹한 선택의 비통함을 직면하게 만든다"(Next Best Picture), "심연의 끝, 어머니의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 압도적인지를 보여준다"(BUT WHY THO?)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기자 분 중 한 분이 인터뷰하시다가 우셨다. 눈물을 흘리며 자기가 진짜 엄마가 싱글맘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눈물을 보이셨다"라고 밝혀 '실낙원'이 던지는 화두에 궁금증과 기대감을 더했다. -
영화 '실낙원'의 제목은 존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에서 가지고 왔다. 연상호 감독은 "낙원에서 쫓겨난 최초의 인류, 낙원에서 벗어나며 불완전한 세계로 들어와 인간의 정체성을 갖게 되는 이야기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게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완전한 기억, 완벽한 상태로 유지되는 기억과 불안전한 세계. 결과적으로 불완전한 세계를 향해갈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선택들로 정리하며 이야기를 만들었다"라고 영화 '실낙원'에 함의하고 있는 지점을 언급했다.
한편, 연상호 감독은 '실낙원'이 영화 '얼굴'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이자,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에서 가장 어두운 이야기라고 이야기했다. 그 속에 인간의 심연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영화 '실낙원'은 오는 10월 21일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객원기자 midol.i.e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