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퇴직 후 허리·무릎 건강 챙겨야… 제2의 인생 위한 노후 핵심 자산은 ‘근육과 관절’”

기사입력 2026.09.17 14:08
  • 정년퇴직을 앞둔 6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퇴직 후에도 5~10년 정도는 재취업이나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허리와 무릎 통증이 발목을 잡았다. 처음에는 나이가 들면 으레 생기는 변화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20~30분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 통증이 심해졌다. 결국 오래 서 있거나 활동량이 많은 일자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으며, 즐기던 등산과 골프 모임도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고령화 사회에서 퇴직은 더 이상 경제활동의 완전한 마침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은퇴 후 재취업이나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지만, 척추관협착증이나 퇴행성 디스크, 무릎 퇴행성관절염 등이 악화되면 선택할 수 있는 활동 반경은 좁아질 수 있다. 노후 경제적 준비 못지않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신체 기능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 통증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신체 기능 저하의 악순환이다. 허리나 무릎에 통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피하게 되고, 이는 허벅지와 엉덩이 등 주요 지지 근육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하체 근력이 줄면 걷기나 계단 오르내리기 등 일상적인 동작에 부담을 느낄 수 있으며, 활동량 감소와 체중 증가, 균형 감각 저하 등이 겹치면서 통증과 기능 저하가 한층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취미생활은 물론 장보기나 대중교통 이용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층 신체활동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ChatGPT 생성한 이미지./고도일병원 제공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령층 신체활동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ChatGPT 생성한 이미지./고도일병원 제공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권고한다. 주당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이상의 근력 운동을 권장하며, 균형 능력과 근력을 함께 기르는 복합 신체활동도 주 3일 이상 실천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신체활동은 노년기의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낙상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노후 척추와 관절 건강을 지탱하는 데는 복부와 척추 주변의 코어근육, 그리고 허벅지와 엉덩이 근육 등 지지 근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 근육은 바른 자세 유지와 보행 등 일상적인 움직임에 관여한다. 따라서 60~70대가 된 뒤 통증이 심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운동을 시작하기보다, 40~50대부터 본인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는 신체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며 근육 저축을 해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퇴직 후 활력 있는 일상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활 속 실천 수칙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다. 무리한 운동보다는 신체 상태에 맞춰 평지 걷기 등 유산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앉기, 벽 짚고 뒤꿈치 들기, 한 발 서기 등 하체와 코어를 다지는 맨몸 운동을 안전하게 시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발 서기 동작은 낙상 위험을 고려해 반드시 벽이나 지지대를 두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은퇴 후 활동량 감소로 인한 체중 증가를 관리하고,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 등 장시간 앉아 있을 때는 중간중간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움직임 평가’도 필요하다. 평소 보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거나, 손잡이를 짚지 않고는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든 경우, 악력이 떨어지거나 한 발 균형 잡기가 어렵다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통증을 단순 노화로 치부해 방치해서는 안 된다. 보행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거나 다리 저림과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무릎의 반복적인 부종이 동반된다면 의료기관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거나 보행이 어려워지는 경우, 대소변 조절 기능에 이상이 동반되는 등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 적절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고도일병원 고도일 병원장은 “많은 이들이 노후 준비로 연금이나 저축, 부동산만을 떠올리지만,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신체 기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적 여유가 있어도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50대부터는 통장 잔고뿐 아니라 몸의 근육도 관리한다는 마음으로 퇴직 후에도 건강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신체 기능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척추·관절 관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상 검사상 퇴행성 변화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노화 과정에서도 스스로 일하고 여행하며 좋아하는 취미를 이어갈 수 있는 기능을 유지하는 데 있다”며 “평소 하체 및 코어 근력을 꾸준히 관리하고, 통증이나 기능 저하가 감지될 때는 무리한 운동을 하기보다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관리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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