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소희와 영화 '인턴' 속 선우는 꽤 닮아있다. 젊은 나이에 소위 말하는 성공 가도를 달렸고, 그 속에서 불안도 겪었다. 때론 흔들리지만 그럴 때마다 더해진 생채기를 훈장 삼아 단단해졌다. 그렇기에 마음이 더 쓰였는지 모른다. 한소희에게 '인턴'은 꼭 하고 싶었던 작품이기 전에 '나를 들여다볼' 작품이기도 했다.
'인턴'은 성공을 위해 쉼 없이 달린 젊은 CEO와, 그 곁을 조용히 지키며 온기를 더한 37년 차 실버 인턴의 이야기다.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할리우드 명작이 원작이다.
한소희는 극 중 창업 3년 만에 100억 매출을 기록한 패션 브랜드 '우투투'의 CEO '선우' 역을 맡았다. 한소희는 화려함 속에 숨겨진 청춘의 고민과 불안을 섬세하게 그리며 모든 '서툰 어른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그런 한소희와 지난 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 한소희는 대선배 최민식과의 호흡부터 연기 철학,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
◆ "최민식 선배님과의 호흡, 고민 없이 결정했다"
한소희가 작품을 선택한 결정적 계기는 단연 대선배 최민식과의 만남이었다. 원작에 대한 애정 위에 선배 배우를 향한 깊은 존경심이 더해졌다.
"일단 '인턴' 원작을 정말 재밌게 봤다. (최)민식 선배님 먼저 캐스팅됐다는 걸 듣고 감독님을 뵀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평생 살면서 언제 선배님과 단둘이 영화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결정한 것도 있었다. (웃음) 감독님도 엄청 소녀 같으신데, 그런 점들이 디렉팅을 하실 때 조금 더 섬세하시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감독님과 결이 맞겠다고 느껴서 출연을 결정했다."
원작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큼 한국판 리메이크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의식적인 변화보다는 인물 본연의 상황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준비한 게 따로 있기보다 대본에 충실히 하려고 했다. 다만 문화적 차이를 드러내서 선우를 그리려고 했다. 존댓말과 반말을 잘 섞으면서 성공한 CEO이지만 서툰 모습도 있는 선우를 만들었다. 그렇다고 '한국 정서로 풀어낼 거야'하는 마음으로 촬영한 건 아니었다. 각색된 부분이 있지만 단순히 원작과 다른 정서를 줘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만든 건 아니고, 그냥 선우와 기호의 상황에 맞게 풀어간 거다." -
◆ "선우의 고군분투, 나의 모습과 닮아 있어"
극 중 '선우'와 배우 한소희의 닮은 점을 묻자, 완벽주의 성향과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을 꼽았다. 홀로 모든 걸 끌어안는 선우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돌아봤다고 고백했다.
"확실히 저와 선우는 닮은 부분이 있다.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은 부분도 닮았다. 선우도 기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혼자 고군분투 하면서 회사를 이끌어왔지 않나. 저도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성격이 아니라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어서 촬영하는 내내 '나에게도 기호 같은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 마주한 최민식은 단순한 대선배를 넘어 진정한 '현장의 어른'이자 스승이었다.
"선배님은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신다. 그걸 보면서 현장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자체를 본받게 됐다. 본인 신이 아니어도 모니터 뒤에 계셔주시는 모습을 보고 '정말 연기에 진심인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현장에서 이래라저래라 하시는 게 아니라 현장에 동화돼서 모두를 즐겁게 만들어주신다."
"작품이 다 끝났을 때, 최민식 선배님은 저에게 넘을 수 없는 큰 산 같은 존재구나라는 걸 느꼈다. 촬영할 때 자괴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선배님의 연륜과 경력에서 나오는 걸 내가 받을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했다. 기회만 된다면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 뵙고 싶다." -
◆ 배려 속에 완성된 명장면…이자카야 신 비하인드
두 인물이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는 이자카야 장면은 영화의 감정적 하이라이트다. 한소희는 이 중요한 장면을 앞두고 밤잠을 설칠 만큼 긴장했지만 최민식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진심을 담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 신을 찍기 전에 잠도 못 잤다. 일본에서 찍은 신이었는데, 최민식 선배님께서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세트를 만들어주셨다. 원래는 현지 선술집을 빌려서 찍는 거였는데 집중을 많이 해야 하는 신이라고 감독님을 설득해 주셨더라."
"그날따라 최민식 선배님이 저에게 장난을 많이 치셨다. 배려를 많이 해주신 거다. 원래 대사도 '내 딸이면 이렇게 했을 것 같다. 정신 차려!'였는데, 앞뒤 순서를 바꾸셨다. 제가 소희이자 선우로 있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덕분에 그 감정을 이어서 신을 완성할 수 있었다." -
◆ "외적 아름다움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 시선 바뀌어야"
평소 팬들에게 다이어트 조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진 그는 '뼈말라' 열풍에 대해 소신을 덧붙였다. 30대에 접어들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건강'이라는 것.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요즘에 '뼈말라'가 추구미가 되는 게 있지 않나. 저도 예전에는 마르고만 싶고, 모든 옷이 내 몸에 맞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30대 중반에 다가가다 보니까 중요한 건 결국 건강이다. 건강한 게 아름다운 거다. 제가 급하게 살을 빼다가 죽을 뻔했다. 물론 외관으로는 마른 게 예쁠 수는 있지만,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
◆ "내 장점은 타인 감정 읽는 친화력…몸과 마음 가다듬는 배우 될 것"
배우로서 자신의 강점을 '사람의 감정을 읽는 친화력'이라고 말하는 한소희. 그는 앞으로 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를 비우고 가꾸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제 칭찬을 좀 하자면 친화력이 좋은 것 같다. 눈칫밥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 감정을 좀 읽는다고 해야 하나, 그런 부분이 있다. 수많은 동료, 선후배들과 작업할 때도 '이 사람에게 필요한 게 뭘까'하는 생각으로 상대의 감정을 읽으려고 한다."
"일단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게 목표다. 연기라는 게 예술의 카테고리 안에 있지만 기술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보니까 제가 컨디션을 잘 조절해야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생긴다. 그러려면 제가 가진 색깔이 많아야 한다. 그래서 요즘엔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또 생각이 많을 때는 스위치를 끄는 방법도 있다는 걸 연구하는 중이다." -
마지막으로 그는 예비 관객들을 향해 영화 '인턴'이 전하는 따뜻한 온기와 의외의 관전 포인트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최민식 선배님이 세상 따뜻한 얼굴로 나오신다. 여태껏 보신 적 없는 선배님의 모습을 보실 수 있다. 사실 우리 영화뿐 아니라 모두 다, 경쟁 없이 잘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가 춤추고 노래하는 것도 있으니 봐주시면 좋겠다. (웃음)"
- 이우정 객원기자 lwjjane864@chosun.com
최신뉴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dizz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