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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 닿은 1974년, 그날의 총성…유해진X박해일X이민호 '암살자(들)' [리뷰]

기사입력 2026.09.15 08:46
  •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여섯 번의 총성이 들렸다. 하지만 발견된 탄환은 네 개뿐이다. 영화 '암살자(들)'의 본격적인 출발 지점이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벌어진 영부인 저격 사건을 중심에 둔다. 이야기는 사건 발생 9일 전, 범인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뒷모습에서 출발한다. 관객이 이미 알고 있는 비극을 향해 시간이 흐르지만, 영화의 추진력은 사건의 발생 여부에 있지 않다. 왜 이 사건이 일어났는가. 한 사람의 행동 뒤에는 누구의 의도와 개입이 있었는가. 영화는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더해 방아쇠를 당긴 '암살자'에서 그를 움직인 '암살자(들)'로 시선을 옮겨간다.

    현장 경호를 맡았던 중부서 경감 박철구(유해진)는 동료가 사건의 책임을 떠안고 끌려가자, 의문을 품는다.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김재환(박해일)과 현장을 목격한 신입 기자 한영일(이민호) 역시 공식 발표와 실제 정황 사이의 모순을 좇는다. 현장에 남은 탄흔과 녹음된 총성, 범인의 행적을 되짚을수록 의문은 커진다.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힘과 끝까지 진실을 확인하려는 이들의 의지가 부딪치며 추적에 불이 붙는다.

  •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진실을 향해가는 이들이 처음부터 거창한 영웅이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철구는 공무원으로서 나라에 충성하는 것을 자기 몫으로 여기고, 가족을 책임지는 평범한 아버지에 가깝다. 그러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믿어온 것과 눈앞에서 확인한 것의 간극이 커진다. 조직의 명령과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일이 더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을 때, 그는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 갑자기 사라진 둘째 아들을 찾기 위해 집 앞 골목길을 헤매봤던 아버지이기에, 그 선택에 걸린 일상의 무게가 더욱 가까이 와닿는다. 유해진은 인물의 생활감을 놓지 않으며 관객을 그 갈림길 앞까지 이끈다.

    박철구가 평범한 가장의 얼굴로 관객을 극 속으로 이끈다면, 기자들은 점차 뜨거워지는 진실을 향한 목소리를 전한다. 이들에게 진실을 확인하고 알리는 일은 직업적 소명이다. 그러나 권력이 그것을 원하지 않을 때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재환은 주저하지 않는 펜으로, 영일은 더욱 과감해지는 발걸음으로 답한다. 박해일은 존재감만으로 재환에게 신뢰를 부여한다. 압박 속에서도 해야 할 일을 놓지 않는 태도에서 '어른'의 무게가 느껴진다. 이민호의 행동력과 열정이 여기에 속도를 더한다. 두 배우는 서로 다른 호흡으로 1974년의 뜨거운 공기를 관객에게 전한다.

  •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예상 밖의 인물로 등장하는 신현빈도 인상적이다. 범인과 잠시 동행했던 경아 역을 맡아 낯선 얼굴을 보여주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다만 배우들의 면면이 모두 반가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배우의 등장은 인물보다 배우 개인을 둘러싼 논란을 먼저 떠올리게 하며 몰입을 흔들기도 한다. 각 사안의 성격과 경과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지만, 여러 얼굴이 한 작품에 모였을 때 “왜 이들에게 이 자리를 맡겼을까”라는 질문이 생기는 것 또한 관람 경험의 일부다.

    서사가 마무리된 뒤, 1974년 당시 뉴스 화면이 이어진다. 이는 앞선 장면을 다시금 소환한다. 기록 영상의 앵글과 영화 속 구도가 묘하게 포개지며, 관객은 상영시간 130분 동안 본 이야기를 다시 되짚는다.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진 서사이지만, 시대의 정신을 올바로 바라보고 있느냐는 화두가 던져진다. 박정민이 연기한 인물이 보여주는 마지막 혼란스러운 눈빛의 잔상이 영화를 본 후 오래도록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암살자(들)’은 범인의 얼굴을 보여주며 시작하지만, 끝내 관객이 자신의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허진호 감독이 쏘아 올린 그날의 총성은 그렇게 오늘에 닿는다. ‘암살자(들)’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품고 추석 관객을 정조준하는 이유다. 상영시간 130분. 12세 이상 관람가.

  •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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