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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1.8조 과징금' 비웃는 CJ·대상…남는 장사에 담합 '병' 도졌다

기사입력 2026.09.10 15:13
  • 김경희 산업2부 기자
    김경희 산업2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일 CJ제일제당·대상·샘표·풀무원·사조대림 등 국내 주요 장류 제조사 5곳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고추장·된장·간장 등 주요 장류의 가격 결정 과정과 업체 간 사전 합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장류 시장이 공정위 조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2011년 국내 고추장 시장에서 CJ제일제당과 대상이 할인율을 담합했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신제품 출시 경쟁으로 행사 제품의 할인율이 60%를 웃돌자, 두 회사는 과도한 할인 경쟁을 자제하기 위해 임직원 모임을 갖고 할인율을 ‘30% 선’으로 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 15년이 지난 지금, 주요 장류 업체들이 다시 조사 대상에 올랐다. 2011년 제재 대상이었던 CJ제일제당과 대상도 이번 조사에 포함됐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설탕·밀가루·전분·전분당 등 식품 원재료 담합 사건에서 잇따라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이번에는 장류 시장에서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각 사건의 사실관계와 이번 조사 결과를 하나로 묶을 수는 없다.

    다만 식품업계에서는 국내 1위 식품기업이 원재료부터 조미식품까지 담합 사건과 의혹에 잇따라 이름을 올리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을 선도해야 할 기업인 만큼 오너와 경영진이 가격 경쟁과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한 내부통제와 관리·감독에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공정위가 식품업계에 부과한 제재 수위는 이례적으로 높았다. 설탕 가격 담합에 4083억원, 밀가루 담합에 6710억원, 전분·전분당 담합에 7476억원을 각각 부과해 세 사건의 과징금 총액만 1조8000억원을 웃돌았다. 설탕 사건에서는 일부 기업 임직원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뒤따랐다. 제재 이후 설탕과 밀가루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고 관련 가공식품 가격도 일부 인하됐다. 공정위는 이를 담합 제재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제재와 가격 인하 효과에도 담합 의혹은 다시 불거졌다. 과징금 수천억원을 부과하고 형사처벌까지 이뤄졌는데도 담합 의혹은 왜 반복되는가.

    시장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설탕·밀가루·장류 등 주요 식품시장은 소수 기업 중심의 과점 구조가 형성돼 있고, 대규모 생산설비와 유통망 등 진입장벽도 높다. 업계에서는 참여 기업이 적을수록 경쟁사의 가격과 움직임을 파악하기 쉬워 가격 경쟁보다 서로의 움직임에 맞춰 가격을 조정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징금을 아무리 무겁게 매겨도 소비자가 이미 부담한 가격 피해가 온전히 되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사후 처벌만으로는 과점 구조에서 비롯된 담합 유인을 없애기 어렵다.

    과점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적발과 처벌만 반복해서는 담합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 이번 장류 조사가 일회성 적발로 끝나는 대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경쟁을 키우는 계기가 돼야 한다. 소비자가 가격 경쟁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밥상 물가 안정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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