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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창 너머로 흥인지문의 묵직한 기와 능선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동대문의 오후. 고즈넉한 풍경을 배경으로 자리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로비층 ‘더 라운지’가 올가을, 강렬한 유채 물감 냄새가 번질 듯한 현대미술 갤러리로 변모했다.
지난 4일 오후 4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의 대표 가을 아트 다이닝 프로모션인 ‘뮤제 드 JW(Musée d’JW)’ 론칭 파티를 직접 다녀왔다. -
2023년 첫선을 보인 이래 매년 예술과 미식의 결합을 시도해 온 ‘뮤제 드 JW’. 올해의 주인공은 팝아트와 현대 인물화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색채 언어를 선보여 온 임정아 작가다. 아모레퍼시픽, 버드와이저 등 다수의 브랜드 및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대중과 소통해 온 그는 이번 가을, 호텔 라운지 벽면을 10점의 작품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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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운지 입구에 마련된 작가의 실제 ‘아틀리에(작업실)’ 모티브 포토존을 지나 라운지로 들어서자, 강렬한 원색의 붓 터치가 시선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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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세일즈 마케팅 이사는 더 라운지가 연간 네 차례 시즌 프로모션을 고정적으로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봄에는 셰프들의 요리로 계절 변화를 알리는 '스프링 애프터눈티', 여름에는 제철 망고를 활용한 '아망떼 델 망고', 겨울에는 딸기와 브랜드 협업으로 꾸미는 '싸롱 드 딸기'가 이어지고, 가을 시즌을 채우는 것이 '뮤제 드 JW'다. 이 이사는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곳에 머무는 시간 동안 새로운 영감과 감각을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
이번 시즌 애프터눈 티는 임 작가의 자유로운 색채와 붓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캔버스 위의 컬러를 미식으로 경험한다'는 콘셉트로 짜였다. 아티스트 토크에 나선 임 작가는 오랫동안 유명인의 얼굴을 그려온 자신의 작업이 어느 시점부터 타인의 삶보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전환됐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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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운지에 걸린 작품 중 흑백 인물 세 명과 잘라 붙인 캔버스 조각이 배경을 이루는 그림이 바로 그 변곡점에서 나온 첫 작업이다. 임 작가는 이를 두고 "기존 작업 방식을 깨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저만의 선언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협업에 대해 "제 작품이 요리와 꽃,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언어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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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론칭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약 15분간 이어진 ‘라이브 퍼포먼스’였다. 라운지 한편에서는 임정아 작가가 호텔을 위해 특별 제작한 신작 캔버스 앞에 섰다. 임 작가는 거침없는 손놀림으로 마지막 붓 터치를 더해 나가며 현장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라이브 페인팅’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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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반대편 테이블에서는 호텔 페이스트리 셰프들이 디저트 플레이트 위에 섬세한 가니시를 올리는 ‘라이브 플레이팅’을 선보였다. 화폭에 물감을 얹는 화가의 붓질과 접시 위에 식재료를 조화롭게 구성하는 파티시에의 손길이 절묘하게 포개지며, 공간 전체에 팽팽하고도 경쾌한 예술적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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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토크를 맡은 박영진 총주방장은 메뉴 개발 과정을 "우리 레시피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보다, 임정아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컬래버레이션으로 표현할 것이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었다"고 돌아봤다. 강렬하고 선명한 작가의 색감을 요리로 옮기기 위해 택한 해법은 과일 퓌레였고, 이 과정에서 8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프랑스 프리미엄 퓌레 브랜드 브와롱(Boiron)과의 협업이 성사됐다.
박 총주방장은 "같은 재료라도 어떤 컬러와 형태로 표현하고 질감과 향을 더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게 우리 음식"이라며, "손수 제작된 예술적인 도자기 플레이트 위에 요리를 올림으로써 '작품 위에 또 다른 작품이 올라간 아트'를 완성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테이블 세팅 역시 평범함을 거부했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로파서울(LOFA Seoul)’이 큐레이션을 맡아, 도예 브랜드 선데이포터리(Sunday Pottery)와 함께 화가의 팔레트를 본뜬 핸드메이드 비정형 도자기 플레이트를 맞춤 제작했다. 여기에 오수빈 작가와 협업한 조형적 커틀러리와 호텔 플라워팀의 감각적인 플로럴 데커레이션이 더해져, 테이블 전체가 하나의 정물화처럼 연출됐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미식의 과정에 고객을 화가로 초대하는 ‘인터랙티브’ 요소였다.
테이블 위에는 물감 튜브처럼 준비된 브와롱의 3가지 과일 퓌레와 함께 실제 화가들이 사용하는 페인팅 나이프를 모티브로 한 도구가 놓였다. 고객은 팔레트 접시 위에 서브된 디저트에 직접 퓌레를 덜어 번지게 하거나 터치하며, 자신만의 작은 예술 작품을 완성한 뒤 맛볼 수 있다. 미각과 후각은 물론, 촉각과 시각을 모두 자극하는 공감각적 다이닝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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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구성 또한 단맛과 짠맛, 산미의 균형이 치밀하다. 세이보리로는 바삭한 식감 속에 녹진함을 품은 ‘블랙 트러플 오징어 먹물 크로켓’, 바다의 풍미를 얹은 ‘오세트라 캐비어와 사프란 감자’, 감칠맛이 도는 ‘소고기 안심 타르타르와 브리오슈 타르트’ 3종이 입맛을 돋운다.
디저트 라인업은 가을의 정취를 세련되게 담아냈다. 붉은 색감이 돋보이는 ‘석류·산딸기 요거트 가나슈’, 가을을 대표하는 식재료 밤과 상큼한 베리의 변주가 돋보이는 ‘블랙베리 몽블랑’, 사과의 달콤함에 루바브와 모과 폼을 얹은 ‘애플 타탱 젤라또’, 그리고 브와롱 퓌레 본연의 맛을 농축한 프랑스 전통 과일 젤리 ‘파트 드 프뤼’ 5종이 풍성한 색채감을 뽐낸다.
여기에 든든함을 더하는 셰프 시그니처 ‘까르보나라 리가토니’가 별도 플레이트로 서비스되며, 프릳츠 커피의 JW 스페셜 블렌드 또는 프리미엄 티 셀렉션이 어우러져 긴 티타임의 여운을 달랜다.
가을의 문턱, 미식을 매개로 현대미술의 문턱을 한껏 낮춘 ‘뮤제 드 JW’는 오는 12월 3일까지 로비층 더 라운지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티켓과 아트 브로슈어를 손에 쥐고, 달콤한 붓 터치로 가을을 음미해 볼 만하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