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M7·M9 철학 계승… 하이파이(Hi-Fi) 입문자 취향까지 정조준
5mm 마이크로 드라이버의 반전, 흔들림 없는 밸런스와 뛰어난 정위감
감각적인 클리어 하우징에 인체공학 설계… 강력한 물리적 차음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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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선의 시대, 오디오 애호가들이 여전히 ‘IEM’을 찾는 이유
현대 오디오 시장에서 가장 대중화된 제품군은 단연 ‘완전 무선 이어폰(TWS)’이다. 특히 출퇴근길 대중교통처럼 밀집도가 높은 환경에서 선 없는 자유로움은 유선 이어폰의 입지를 크게 좁혀놓았다.
여기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과 공간 음향, AI 기반 실시간 통번역 등 첨단 기능까지 더해지며 이어폰은 단순한 음향기기를 넘어 스마트 디바이스의 영역으로 진화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전히 유선 이어폰을 고집하는 이들은 얼핏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선택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최신 무선 기기들이 기능성과 편의성에서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음향적 기준이 까다로운 오디오 애호가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는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같은 예산이라면 음질은 유선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이어져 왔다. 무선 이어폰은 각종 전자 장치와 배터리를 함께 탑재해야 하지만, 유선 이어폰은 상대적으로 제조 비용을 음향 성능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만원대 중후반 유선 이어폰이 20만~30만원대 무선 이어폰과 비교해 음질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리 케이블을 통해 신호를 직접 전달하는 유선 연결 방식은 무선 전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연이나 코덱에 따른 음질 손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는 하이파이(Hi-Fi) 오디오 시장은 물론 레코딩 스튜디오와 라이브 무대 현장에서도 유선 이어폰의 수요가 여전히 이어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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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이러한 수요를 ‘인이어 모니터(In-Ear Monitor, IEM)’가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래 무대와 스튜디오에서 뮤지션과 엔지니어가 보컬과 악기 소리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기 위해 개발된 전문 장비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저가·가성비 제품들이 IEM 형태를 적극적으로 채택하면서 대중의 접근성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10만원 안팎의 엔트리 시장에 신흥 브랜드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IEM의 저변이 빠르게 넓어졌다. 단순히 형태만 흉내 낸 제품을 넘어, 정교한 사운드 튜닝과 인체공학적 설계를 갖춘 ‘진짜 모니터링 기어’를 찾는 수요도 함께 커졌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에서 소니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전통적인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로서 다양한 모니터링 장비를 선보여 왔으며, 특히 IER-M7과 IER-M9 등은 소니 프로 사운드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그 가운데 올 8월, 소니는 무려 8년의 공백을 깨고 IER 시리즈 신제품 ‘IER-M500’을 공개했다. 이전 모델들이 100만원을 웃도는 플래그십 제품군이었다면, 이번 신제품은 소니가 축적해 온 프로 오디오 기술과 설계 철학을 보다 낮은 가격대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는 전문가용 장비로만 여겨졌던 모니터링 이어폰의 문턱을 낮추고, 엔트리 시장에서도 소니만의 레퍼런스 사운드를 제시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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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2K 감성’ 녹여낸 IER-M500의 인체공학 디자인… 차음성·밀착감까지 잡아
소니 IER-M500은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IEM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개성적이다. 투명감을 살린 클리어 타입 하우징에 좌우 유닛을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레드·블루 포인트 컬러, 독특한 형태의 피팅 서포터(이어윙)가 어우러져 감각적인 인상을 준다. 최근 유행하는 ‘Y2K’ 트렌드와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이 개성적인 디자인은 단순한 멋을 넘어 IEM 본연의 기능성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의 결과물이다. 귀 안쪽의 오목한 굴곡에 걸려 지지대 역할을 하는 피팅 서포터와 귀 뒤로 케이블을 넘겨 고정하는 오버이어(Over-ear) 구조가 이어폰의 하중을 분산한다.
이러한 착용 방식이 모니터링 환경에서 주는 이점은 의외로 크다. 이어폰의 무게와 압박이 특정 부위에 집중되지 않아 장시간 착용에도 부담이 적고, 선재가 귓바퀴를 따라 고정되면서 움직임에 따른 마찰음(터치 노이즈)도 줄여준다.
여기에 기본 제공되는 셔츠 클립을 활용하면 이동 중 케이블이 걸리거나 이어폰이 빠지는 상황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 무대 위에서 움직임이 많은 뮤지션은 물론, 붐비는 출퇴근길을 오가는 사용자에게도 유용한 요소다.
모니터링 장비의 중요한 요소인 패시브 아이솔레이션(Passive Isolation), 즉 물리적 차음성은 동봉된 메모리 폼 팁을 통해 한층 강화된다. 체온에 반응해 부드럽게 변형되는 폼팁이 외이도에 밀착하면서 외부 소음을 물리적으로 차단한다. 실제 착용했을 때의 차음성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밀폐 구조는 저역의 누음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덕분에 IER-M500의 5mm 마이크로 드라이버가 만들어내는 단단하고 밀도 높은 저음이 보다 선명하게 전달된다.
유닛 연결부에는 MMCX 규격의 탈착식 커넥터가 적용됐다. 케이블이 손상됐을 때 유닛 전체를 교체하지 않고 케이블만 교체할 수 있으며, 취향에 따라 별도의 커스텀 케이블이나 무선 블루투스 리시버를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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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구성 역시 전문 모니터링 기기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다양한 이도 형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5종의 폼팁과 이어윙을 제공해 사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피팅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적절한 피팅을 선택하면 착용감은 물론 차음성과 사운드 밸런스까지 한층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 5mm 초소형 드라이버의 반전… 대편성 오케스트라에서도 돋보인 정위감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상태에서 음원을 재생하면 IER-M500이 추구하는 소리의 방향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타 이어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도한 저음이나 날카롭게 강조된 고음 대신, 특정 대역을 크게 부풀리지 않는 균형 잡힌 사운드가 특징이다.
대신 음원에 담긴 각 트랙의 정보와 보컬, 악기의 위치 관계를 비교적 충실하게 표현한다. 음악을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각각의 소리 요소가 어떻게 배치되고 구성됐는지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모니터링 사운드에 가깝다.
특정 대역을 과장하지 않는 담백한 밸런스는 곡의 구조와 프로듀서·엔지니어의 의도를 살펴보는 또 다른 청음의 재미를 선사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세션 악기의 미세한 아티큘레이션부터 보컬의 숨소리와 입술 마찰음, 좌우와 전후로 배치된 악기들의 위치까지 비교적 또렷하게 구분된다.
IER-M500이 각 음역대와 복합적인 소스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몇 가지 레퍼런스 트랙을 골라 확인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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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곡은 서브베이스의 제어력과 반응 속도를 확인하기에 적합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의 ‘bad guy’였다. 이 곡에서는 극저음을 인위적으로 부풀려 타격감을 강조하기보다, 도입부의 묵직한 신스 베이스와 킥 드럼의 잔향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제어력이 돋보였다.
폼팁이 만들어내는 밀폐력 덕분에 저음의 양감은 과도하지 않았지만, 극저역의 에너지는 단단한 밀도로 전달됐다. 음량을 높여도 드라이버 특유의 빠른 응답 특성이 유지됐으며, 베이스 라인 뒤에 낮은 볼륨으로 깔린 스냅과 퍼커션까지 묻히지 않고 들려왔다.
보컬 모니터링 성능은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보컬이 특정 방향으로 치우치기보다 정중앙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미세한 비브라토와 호흡, 발음의 질감까지 비교적 선명하게 전달됐다.
특히 웅장한 오케스트라 세션과 코러스가 겹겹이 쌓이는 클라이맥스에서도 메인 보컬의 윤곽이 쉽게 묻히지 않았다. 여러 소리가 동시에 몰려오는 구간에서도 중심과 주변부의 구분이 명확했다.
절제된 피아노 타건과 가수의 호흡이 곡 전체를 이끄는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에서는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는 치찰음(ㅅ, ㅊ 등)이 과도하게 부각되지 않았다. 건반을 누른 직후 공간으로 퍼지는 배음과 잔향도 자연스럽게 표현해 고해상도 음원 특유의 공간감과 여운을 살렸다.
오케스트라 스케일의 연주곡에서는 이어폰이라는 폼팩터의 특성상 헤드폰이나 스피커처럼 광활한 스테이징을 구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각 소리의 위치와 거리감을 짚어내는 정위감과 빠른 응답 특성은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특징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의 ‘볼레로(Boléro)’에서 특히 잘 드러났다.
도입부에서 무대 뒤편에 자리한 스네어 드럼의 반복적인 오스티나토가 비교적 먼 거리에서 들리는 가운데, 플루트와 클라리넷, 바순 등 목관악기 솔로가 차례로 더해지면서 악기별 위치와 깊이가 자연스럽게 구분됐다.
특히 금관과 현악이 가세하는 후반부 총주에서도 음량이 커졌다고 음상이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좌측 바이올린과 우측 첼로·더블베이스, 뒤편의 트럼펫 등 주요 악기의 위치 관계가 비교적 선명하게 유지됐다. 모니터링 기기에서 중요한 정확한 분리와 안정적인 밸런스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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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 직결부터 PC 작업까지… 실전형 레퍼런스 기어
전문 모니터링 이어폰은 높은 임피던스나 낮은 감도 때문에 별도의 앰프나 DAC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IER-M500은 비교적 구동이 쉬운 편으로, 스마트폰용 USB-C DAC나 PC에 직접 연결하는 환경에서도 충분한 음량과 안정적인 밸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
별도의 복잡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이어폰의 성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구동 편의성과 정위감, 유선 연결 특유의 낮은 지연은 음악 감상 외 다양한 환경에서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1초의 반응과 위치 파악이 중요한 FPS 게임이다. 가상 7.1채널처럼 인위적인 음장 효과를 더하지 않아도 소리의 방향과 전후 거리감이 비교적 명확하게 표현돼 발소리나 총성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시간 오디오 피드백이 중요한 리듬 게임에서도 유선 연결의 장점을 체감할 수 있다.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이나 팟캐스트 녹음에서도 레퍼런스 모니터로 활용하기 좋다. 음성의 치찰음이나 대화 사이에 섞인 미세한 노이즈를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어, 별도의 전문 믹싱 룸을 갖추지 않은 환경에서도 기본적인 오디오 편집과 모니터링에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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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 만에 낮아진 모니터링의 문턱… 소니의 영리한 해답
소니 IER-M500을 직접 경험하며 얻은 결론은 명확하다. 사운드 튜닝부터 착용 구조까지, 철저하게 ‘본질’에 집중하면서 프로 모니터링 사운드의 진입장벽을 영리하게 낮췄다는 점이다.
시중의 일부 입문용 이어폰이 자극적인 저음과 고음으로 첫인상을 꾸미는 데 집중한다면, IER-M500은 음원에 담긴 소리를 담백하게 전달하는 모니터링 기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 화려한 부가 기능은 없지만, 소리의 질서와 원작자의 의도를 정직하게 따라가는 순수한 청음의 재미를 온전히 전달한다.
동시에 뛰어난 호환성과 활용도를 겸비한 실전형 장비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입문자에겐 복잡한 세팅 없이도 프로 수준의 밸런스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출발점이 되고, 기존 오디오 애호가들에겐 부담 없이 곁에 두고 쓸 수 있는 서브 이어폰으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전문 IEM이자 상위 모델의 설계 철학을 고스란히 품은 신제품을 14만 9,000원이라는 가격에 선보였다는 점이 돋보인다. 고가의 하이엔드 장비로 직행하기 전, 자신만의 음향적 취향과 레퍼런스 기준을 잡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우 합리적인 선택지다.
음원을 그저 소모하는 일상을 지나, 소리 그 자체의 결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청음’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IER-M500은 주저 없이 추천할 만한 선택지다. 8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소니 IER 시리즈의 신작은, 무선 일변도의 시장 속에서도 유선 모니터링 사운드가 왜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영역인지 깔끔하게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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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 성열휘 기자
- 남승현 기자 cxs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