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2만5874명 중앙값 5.51년 추적…미래 발생 예측 C-index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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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에서 촬영한 망막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현재 치매 위험을 선별하고 향후 치매 발생 위험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별도 집단의 치매 진단 발생을 장기간 추적해 AI의 예측 성능을 평가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자이메드 장주영 박사, 서울의대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 한창호 연구조교수·의과학과 김재원 박사 공동 연구팀은 2004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3만6322명의 안저 사진 10만8008장을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청구 자료를 연계한 단일기관 후향적 코호트 연구다.
망막은 중추신경계의 연장선으로 뇌와 신경·혈관 구조의 특성을 공유해 뇌 질환이나 전신질환 위험을 비침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상으로 주목받아 왔다. 안저 사진을 AI로 분석해 치매나 인지 저하 위험을 파악하려는 연구도 이전부터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건강검진에서 촬영한 컬러 안저 사진을 AI로 분석하고, 별도 집단을 장기간 추적해 향후 치매 발생 위험 예측 성능을 평가했다.
연구는 현재 치매 선별과 향후 치매 발생 예측으로 나눴다. 현재 치매 선별에는 안저 촬영 이전 또는 이후 2년 이내 치매 진단을 받은 1001명의 안저 사진 2868장이 사용됐다. 치매군은 관련 진단 코드와 일정 횟수 이상의 외래·입원 기록, 항콜린에스테라제 처방을 기준으로 정했다. 이후 치매가 없는 대조군을 1대4로 무작위 추출해 총 1만4340장의 개발 데이터 세트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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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5종의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에 세 가지 미세조정 방식을 적용해 총 15개 조합의 성능을 비교했다. 이 가운데 망막 영상을 사전 학습한 ‘RETFound-MAE’에 부분 미세조정을 적용한 모델이 가장 높은 성능을 보였다.
시험 데이터에서 해당 모델의 현재 치매 선별 성능은 AUROC 0.750(95% 신뢰구간 0.726~0.774)으로 나타났다. AI 점수가 10%포인트 증가할 때 현재 치매와 연관될 오즈는 나이·성별·총콜레스테롤·수축기혈압·체질량지수·신체활동 등을 보정한 뒤에도 15.5% 높았다(조정 OR 1.155, 95% 신뢰구간 1.077~1.240, P<0.001).
다만 현재 성능만으로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연구진이 설정한 임곗값에서 모델의 민감도는 62.5%, 양성 예측도는 36.3%였다. 연구진 역시 이를 중등도 수준의 판별 성능으로 평가했다. AI가 고위험으로 판단한 결과는 치매 진단보다 인지 평가나 추가 검사가 필요한 대상을 가려내는 보조 신호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치매 발생 분석에는 모델 개발에 사용되지 않았고 안저 촬영 후 최소 2년 동안 치매 진단이 없었던 별도 집단 2만5874명의 안저 사진 6만4874장이 사용됐다. 중앙값 5.51년간 추적한 결과 치매 발생률은 1000인년당 6.4건이었다.
최적 AI 모델의 향후 치매 발생 예측 C-index는 0.812(95% 신뢰구간 0.803~0.820)였다. 기존 위험 요인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AI 점수가 10%포인트 높아질 때 향후 치매 발생 위험은 4.5% 증가했다(조정 HR 1.045, 95% 신뢰구간 1.015~1.076, P=0.003). C-index 0.812는 개인의 치매 발생 여부를 81.2% 정확도로 맞혔다는 의미가 아니라, 위험도가 다른 사람 사이에서 실제 치매 발생 순서를 모델이 얼마나 잘 구분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AI가 판단 과정에서 주목한 망막 영역도 분석했다. 최적 모델은 현재 치매 선별에서 시신경유두에 일반 망막 영역보다 5.72배 높은 주목도를 보였고, 향후 치매 발생 예측에서는 4.63배였다. 연구진은 해당 영역이 기존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이나 인지 저하와 관련해 보고된 망막신경섬유층 변화 부위와 일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결과만으로 치매에 특이적인 망막 병리 변화가 확인됐다고 볼 수는 없으며, 논문에서도 주목도 분석은 탐색적 결과로 규정됐다.
기존 치매 위험평가 도구인 CAIDE와 비교하면 AI 모델의 현재 치매 선별 AUROC는 0.750으로 CAIDE의 0.624보다 높았고, 향후 치매 발생 예측 C-index도 0.812로 CAIDE의 0.689보다 높았다. 다만 연구 데이터에는 CAIDE 구성 요소인 개인별 교육 수준 정보가 없었다. 기본 분석에서는 해당 항목을 0점으로 처리해 CAIDE 성능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연구진도 이를 한계로 명시했다.
AI 모델에 CAIDE를 구성하는 기존 위험 요인 정보를 함께 적용하자 현재 치매 선별 AUROC는 0.749에서 0.774로 높아졌다(P=0.001). 망막 AI와 기존 임상 위험 정보를 함께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에는 임상 적용 전 추가 검증이 필요한 한계가 있다. 분석 대상은 서울대병원 한 곳의 건강검진 수검자로, 다른 인종이나 의료기관, 안저 카메라에서도 같은 성능이 나타나는지는 외부 검증되지 않았다. 치매 역시 전문의의 독립적인 임상 판정이나 뇌 영상·바이오마커가 아닌 보험 청구 자료와 약물 처방 기록으로 정의했다. 녹내장과 황반변성 등 망막과 시신경 형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안과 질환도 보정하지 못했다.
박상민 교수는 “추가적인 고비용 검사 없이 일상 검진 데이터를 활용하는 이번 AI 기술이 치매 예방과 조기 개입 전략에서 유용한 보조 도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pj Digital Medicine’에 온라인 선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박상민 교수는 의료 AI 기업 자이메드의 최고경영자(CEO), 장주영 박사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주현우 연구자는 Principal Engineer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는 KIST 서울바이오허브의 지원을 받았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