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반·사고 이력 ‘없다’ 답한 사고 운전자 38%…인지검사로 위험군 선별 가능성 제시

기사입력 2026.08.24 10:28
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 설문·2년간 경찰청 사고 기록 대조
교육 기간 9년 이하·기호잇기검사 180초 이상이면 사고율 20.9% vs 9.1%
  • 과거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없다고 답한 고령 남성 운전자 중에서도 이후 실제 교통사고를 낸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운전자의 38.3%가 조사 당시 위반·사고 경험을 보고하지 않았으며, 교육 기간과 인지기능검사를 활용해 이처럼 과거 이력만으로 포착되지 않는 위험군을 추가로 선별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한지원 교수 연구팀은 한국 인지 노화·치매 코호트 연구(KLOSCAD)에 참여한 60세 이상 남성 운전자 1,673명의 운전 위험 설문 결과와 이후 2년간 경찰청 교통사고 기록을 대조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노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운전 위험 설문을 통해 최근 3년간 교통법규 위반과 사고, 본인 과실 사고 경험 등을 조사했다. 2년간 추적한 결과 1,673명 중 290명(17.3%)이 경찰에 신고된 인적 피해가 발생한 본인 과실 교통사고를 냈다. 조사 당시 위반·사고 경험을 많이 보고한 운전자일수록 이후 사고 가능성도 높았으며, 설문 점수가 1점 높아질 때 사고 오즈는 1.28배 증가했다.

    하지만 사고를 낸 290명 가운데 111명(38.3%)은 조사 당시 최근 3년간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연구팀이 ‘침묵의 위험군’으로 분류한 집단이다. 가족의 응답도 이들을 충분히 가려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에 위반·사고 경험이 없다고 답한 운전자 876명을 추가 분석했다. 교육 기간이 9년 이하이면서 ‘기호잇기검사(Trail Making Test Part B·TMT-B)’ 수행에 180초 이상 걸린 운전자의 2년 사고율은 20.9%로, 두 조건 모두 해당하지 않는 운전자의 9.1%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나이와 경도인지장애, 이전 교통법규 위반 등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사고 오즈는 2.04배 높았다.

  • ‘기호잇기검사’와 같은 원리의 유사 검사지. 숫자와 글자를 번갈아 순서대로 연결하며 주의를 옮겨가는 능력을 확인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기호잇기검사’와 같은 원리의 유사 검사지. 숫자와 글자를 번갈아 순서대로 연결하며 주의를 옮겨가는 능력을 확인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기호잇기검사는 숫자와 글자를 번갈아 연결하며 주의 전환과 정보 처리 속도, 실행 기능 등을 평가하는 인지기능검사다. 연구팀은 교육 기간을 인지적 여력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기호잇기검사 수행시간 증가는 복잡한 운전 상황을 처리하는 능력 저하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교육 기간과 기호잇기검사만으로 고령 운전자의 사고 여부나 운전 적합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조건과 향후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것으로, 별도의 검증 집단에서 선별검사의 민감도·특이도 등을 평가한 연구는 아니다. 연구 대상도 60세 이상 남성으로 한정돼 여성 운전자에게 같은 결과가 적용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김기웅 교수는 “교통법규 위반이나 사고 이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이런 위험군을 가려낼 별도의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이번 연구의 목적은 고령 운전자 전체를 제한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큰 소수를 정확히 가려내 안전하게 운전하는 대다수의 이동권을 지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한지원 교수는 “교육 기간과 기호잇기검사라는 2분 안팎으로 걸리는 간단한 확인만으로 진료실과 면허 갱신 현장에서 고위험군을 먼저 가려내면, 정밀한 운전 평가로 연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여성 운전자와 다양한 운전 환경으로 연구를 확대해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에 활용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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