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지침서 자기 학습과 비교…AR 자체 효과·장기 숙련도는 추가 검증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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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을 활용해 교육받은 응급실 간호사가 종이 지침서로 스스로 학습한 간호사보다 응급 수혈 장비를 빠르고 정확하게 다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육 후 장비 준비시간은 중앙값 기준 9.85분에서 3.67분으로 62% 줄었고, 장비 작동 능력 점수도 100점 만점에 70점에서 90점으로 높아졌다. 다만 실제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수혈 시간을 측정한 연구는 아니어서 임상 현장에서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손명희 교수와 간호본부 응급 간호 파트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JMIR Medical Education’에 지난 13일 정식 게재됐다.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간호사 42명을 대상으로 AR 기반 교육과 기존 지침서 기반 자기주도학습의 효과를 비교한 무작위 대조 연구(RC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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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23년 7월 ‘Level-1 급속 주입기(Level-1 rapid infusion system)’ 사용 경험이 없는 응급실 간호사 42명을 모집해 AR 교육군과 기존 교육군에 각각 21명씩 무작위 배정했다.
Level-1 급속 주입기는 저혈량성 쇼크나 중증 외상, 대량 출혈 환자에게 수액이나 혈액을 신속하게 주입하는 장비다. 응급 상황에서 빠르고 정확한 조작이 필요하지만,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일상적인 임상 경험만으로 숙련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AR 교육군은 ‘HoloLens 2’를 착용하고 실제 장비를 조작하면서 단계별 설명과 준비물, 조작 위치 등을 홀로그램으로 안내받고 시연 영상을 이용해 학습했다. 기존 교육군은 경력 10년 이상의 응급실 간호사들이 개발한 표준 인쇄 지침서로 스스로 학습했다.
처음 학습하는 데 걸린 시간은 AR 교육군이 중앙값 18.20분으로 기존 교육군의 8.98분보다 길었다(P<0.001). 하지만 교육 후 장비 준비시간은 각각 3.67분과 9.85분으로 AR 교육군이 62% 짧았다(P<0.001). 장비 준비부터 수액·혈액 주입까지 포함한 전체 수행시간도 AR 교육군 5.83분, 기존 교육군 13.63분으로 차이가 났다. 수액 또는 혈액을 실제로 주입하는 단계만 비교했을 때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장비 조작 정확도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장비 작동 능력 점수는 AR 교육군이 중앙값 90점으로 기존 교육군의 70점보다 높았다(P<0.001). 22단계의 수행평가에서는 각각 중앙값 20단계와 16단계를 통과했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 횟수는 0회와 2회였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AR 기술 자체의 교육 효과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비교 대상이 강사가 지도하는 실습 교육이 아니라 종이 지침서를 이용한 자기주도학습이었고, AR 교육에는 실제 장비 조작과 홀로그램 안내, 시연 영상 등이 함께 적용됐다. 이에 AR 기술과 체험형 교육 방식 각각의 효과를 분리할 수 없다.
또 삼성서울병원 한 곳에서 간호사 42명을 대상으로 교육 직후 수행 능력을 평가한 단일기관 연구다. 장기간 숙련도가 유지되는지와 실제 응급환자의 수혈 시간이나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하지 않았다. AR 장비와 콘텐츠에 대한 비용효과성도 분석하지 않았다.
손명희 교수는 “응급의료는 복잡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증강현실을 활용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중요 의료기기와 다양한 임상 상황을 사전에 반복 학습한다면 의료진의 역량을 강화하고 예기치 않은 응급 상황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여전히 하드웨어적 한계가 있다”며 “더 가볍고 편안하며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기기들이 등장하면 의료진 교육과 임상 현장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삼성서울병원 간호부 연구비와 보건복지부 재원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하는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논문에 신고된 이해충돌은 없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