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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더 똑똑해진 자동차, 비싸고 어려워진 운전자 딜레마

기사입력 2026.08.14 16:06
  •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 현대차 제공
    현대차, 디 올 뉴 아반떼 / 현대차 제공

    자동차가 거의 자율주행에 가까워 졌을 정도로 똑똑해졌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디지털 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과거 고급차에서나 탑재됐던 기능들이 이제 신차의 기본 사양처럼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대목도 있다. 자동차가 똑똑해지는 속도만큼 운전자의 삶도 편해지고 있을까.

    최근 자동차를 타보면 이 질문이 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국내 완성차와 유럽 브랜드를 번갈아 경험해 보면 같은 기능을 갖고도 사용자가 느끼는 편의성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차·기아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한때 대형 디스플레이와 터치 중심의 실내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리 버튼과 다이얼을 다시 배치하는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과거부터 대형 화면을 사용하면서도 주요 기능에는 물리 버튼을 남기는 방식이 운전자 과거 루틴에 따른 편의성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배려를 했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최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해 보면 내비게이션이나 차량 설정 등 복잡한 기능은 화면으로 처리하면서도 볼륨, 공조, 일부 주요 기능은 버튼이나 다이얼로 빠르게 조작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경우가 많다. 해외 자동차 전문 매체의 비교 평가에서도 현대차·기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메뉴 구성이 비교적 직관적이고 단축 버튼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반면 일부 유럽 브랜드의 신차에서는 '디지털화'가 오히려 운전자에게 숙제를 안겨주는 경우가 있다. 실내를 깔끔하게 만들기 위해 물리 버튼을 줄이고 대부분의 기능을 중앙 디스플레이에 넣으면서, 온도 조절이나 조명, 주행 보조 기능 등을 조작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메뉴를 거쳐야 하는 식이다.

    차량을 처음 인수한 날에는 큰 화면과 세련된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운전 중 온도를 조금 바꾸거나 특정 기능을 끄려다 화면을 몇 번씩 들여다봐야 한다면 '첨단 기술'이라는 장점은 순식간에 '불편함'으로 바뀐다.

    특히 40대 이후 운전자에게는 이런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물론 모든 중장년 운전자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정지한 상태에서 천천히 기능을 익히는 기기가 아니다. 주행 중에는 시선을 도로에서 떼지 않고 손의 감각만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하는 기능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의 사용 편의성은 단순히 '기능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빨리 찾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최근 업계가 다시 물리 버튼을 주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대차의 디자인 관계자는 터치스크린 중심의 조작을 고객들이 불편하게 느낀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물리 버튼을 다시 확대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차세대 실내 디자인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남기겠다는 입장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기관인 유로 NCAP은 2026년부터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받기 위한 평가에서 방향지시등, 비상등, 와이퍼, 경적, SOS 등 주요 기능을 물리적인 조작 방식으로 구현했는지를 반영하기로 했다. 터치스크린 중심의 차량 조작이 운전자의 시선을 도로에서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운전자협회 ADAC의 최근 분석에서도 이런 문제는 확인된다. ADAC가 최근 7년간 차량 조작 편의성 평가를 분석한 결과, 2019년 평균 2.3점이었던 평가가 2025년에는 2.7점으로 낮아졌다. 최악의 차량은 4.0점을 기록했다. 복잡한 터치스크린 메뉴와 촉각 피드백이 부족한 조작 방식이 운전자의 주의를 더 분산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술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SDV가 확대되면 자동차는 출고 이후에도 OTA를 통해 기능을 개선할 수 있고, AI를 활용해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차량의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 소프트웨어만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자동차가 더 비싸지고 복잡해질 가능성이다.

    AI와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려면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와 시스템온칩(SoC), 각종 센서와 통신 장비가 필요하다. 차량 곳곳에 흩어진 전자제어장치(ECU)를 통합하고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처로 전환하면 장기적으로 배선과 부품을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차량 한 대에 들어가는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의 중요성과 가치도 높아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계산이 필요하다. '내가 이 기능을 실제로 얼마나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차량에 수십 개의 기능이 추가됐지만 운전자가 사용하는 것은 내비게이션과 크루즈 컨트롤, 공조, 음악 정도라면 나머지 기술은 소비자에게 가격 상승 요인으로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자율주행이나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라면 추가 비용을 충분히 납득할 수도 있다.

    결국 자동차 업계가 풀어야 할 문제는 기술의 양이 아니라 기술의 체감 가치다.

    국내 완성차가 물리 버튼과 디지털 화면을 적절히 섞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이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아날로그로 되돌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주 쓰는 기능은 버튼으로 남기고, 복잡한 기능은 화면과 AI가 처리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일 수 있다. 기아 역시 최근 차세대 실내에서 디지털 기능을 확대하면서도 주요 기능에는 물리 조작계를 유지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자동차가 컴퓨터를 닮아가는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다. 자율주행과 AI가 발전할수록 자동차의 컴퓨팅 성능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이 아니다. 운전자가 화면을 들여다보는 몇 초가 안전과 직결되는 제품이다. 그래서 자동차의 첨단화는 '얼마나 많은 기능을 넣었느냐'보다 '얼마나 적은 조작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한다.

    더 똑똑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진짜 어려운 일은 똑똑해진 자동차를 누구나 쉽게 쓰게 만드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가 앞으로 경쟁해야 할 것은 반도체 숫자나 화면 크기만이 아니다. 운전자가 기능을 찾기 위해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아도 되고, 처음 차를 탄 날부터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실제로 쓰지 않는 기술에 불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자동차를 만드는 것. 그것이 어쩌면 '소프트웨어 시대의 자동차'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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