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구조 위해 탱크 들어가…경찰, 작업 경위·산소농도 측정 여부 확인
작업 지시부터 밀폐공간 안전조치까지…현장 이행 여부 수사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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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4년 만에 다시 노동자가 숨졌다. 2022년 끼임 사고 이후 안전관리 책임자를 선임하고 산업안전경영위원회 운영, 위험성평가 등을 추진해 온 가운데 이번에는 연유 저장탱크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작업 경위와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조사하면서 매일유업이 구축했다고 밝힌 안전관리체계가 실제 작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됐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 연유 저장탱크서 작업자 2명 잇따라 쓰러져…경찰, 작업 경위 조사
사고는 지난 9일 오후 2시 58분쯤 경기 평택시 진위면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발생했다. 연유 저장탱크에서 작업하던 매일유업 소속 50대 근로자 2명이 사고를 당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치료받았다.
사고가 발생한 탱크는 높이 약 3.4m, 지름 약 1.9m 규모다. 이인기 매일유업 대표이사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사고 직후 해당 공정 가동을 중단하고 관계기관 조사에 협조하는 한편 현장 안전관리체계를 재점검하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는 사고 당시 두 사람이 각각 탱크 안팎에서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생존자인 B씨는 다른 일을 하던 중 함께 일하던 A씨가 보이지 않아 찾다가 탱크 안에 쓰러진 A씨를 발견했고, 구조를 위해 탱크 내부로 들어갔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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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구급대는 탱크 안에서 심정지 상태였던 A씨와 탱크 밖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B씨를 각각 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끝내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씨 시신에서 외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다만 정확한 사인은 혈액검사 등 정밀검사 결과가 나와야 확인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두 사람이 산소 농도가 낮은 상태의 탱크에 차례로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작업 경위도 확인 대상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해당 탱크의 내부 청소는 예정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주변에서 수세미가 발견됐지만 세척제를 사용한 흔적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탱크 내부에 들어간 이유와 당시 실제 작업 내용, 작업 지시 여부, 진입 전 산소농도 측정 등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기초 조사가 마무리되면 사건은 경기남부경찰청 중대재해수사팀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 2022년에도 같은 공장서 사망…검찰은 불기소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노동자가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4월 17일 30대 생산직 노동자가 팰릿 자동공급기를 점검하던 중 기계에 끼여 숨졌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노동자 탑승 금지, 공급기 운전 정지, 작업지휘자 배치 등의 안전조치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당시 대표이사였던 김선희 부회장을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대표이사와 안전관리책임자 등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노동부가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지만, 검찰은 사고가 노동자의 ‘이례적인 작업방법’에서 비롯돼 경영책임자가 이를 예견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자가 정상적인 출입경로가 아닌 좁은 팰릿 투입구를 통해 자동공급기에 접근하고 기계가 작동하는 상태에서 올라간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노동부의 송치 판단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엇갈린 사례였다.
이후 매일유업은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했다. 안전관리 전문가 책임자 선임, 산업안전경영위원회 운영, 위험성평가와 내부심사, 안전보건 교육, 시설투자 등이 강화됐다. 2025~2027년 추진 과제로도 중대재해 예방과 위험성평가를 통한 유해·위험요인 개선 등을 제시했다.
◇ 안전관리체계, 현장에서는 어떻게 이행했나
이번 사고에서 확인할 핵심은 매일유업이 구축했다고 밝힌 안전관리체계가 사고 당시 작업에 실제로 적용됐는지 여부다.
특히 경찰이 탱크 내부 진입 전 산소농도 측정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힌 만큼, 밀폐공간 작업에 필요한 안전조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가 주요 확인 사항이다. 당시 작업이 어떤 지시에 따라 이뤄졌는지, 작업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역시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된다. 노동자 사망만으로 경영책임자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여부와 구체적인 의무 위반, 해당 위반과 사고 사이의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2022년 사고와 이번 사고의 유형은 다르지만, 같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된 만큼 이번 수사를 통해 매일유업이 사고 이후 마련했다고 밝힌 안전관리체계가 개별 작업 현장에서 실제 어떻게 이행됐는지가 구체적으로 확인될 전망이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