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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 앞세운 치매보험 광고와 달리 지급 문턱 높아… 보험금 지급 ‘첩첩산중’

기사입력 2026.07.30 06:00
흥국화재·삼성생명·교보생명·DB손보 등 특약 경쟁 몰두
초기 치매·아밀로이드 양성·투약 횟수 등 까다로운 조건
‘레켐비 보장’ 강조하지만 가입·지급 실적은 비공개
  • 알츠하이머병 지연 주사 레켐비를 보장한다는 보험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단, 아밀로이드 베타 병리 확인, 일정 횟수 이상의 투약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보험금을 지급 받기까지 꽤 많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지급 요건보다 ‘고가 비급여 치료비 보장’만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광고와 실제 보장을 위한 조건 등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흥국화재, DB손해보험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흥국화재, DB손해보험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흥국화재나 DB손해보험 광고에서는 ‘레켐비 보장 OK’, ‘레켐비 든든 보장’ 등의 문구를 강조하며 신청만 하면 받을 것 같은 늬앙스를 풍기지만 실제 보험금을 받기까지 까다로운 증빙과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은 광고에서 내세우지 않는다. 레켐비 치료를 받기 위한 보험 약관은 진단과 검사, 투약 횟수 등 여러 지급 조건을 추가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별 특약의 가입 건수와 지급 건수, 손해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비자가 광고 문구와 실제 보장 범위의 차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가입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레켐비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024년 5월 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11월 국내에 출시됐다. 투여 대상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성인 환자로 한정된다.

    치료를 시작하려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뇌 안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축적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이후에도 2주에 한 번씩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며,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반응(ARIA)을 확인하기 위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국내 기억클리닉 환자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이 같은 치료 문턱이 확인된다. 13개 병원의 기억클리닉 환자 6132명 가운데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받은 환자는 2058명이었고, 이 가운데 119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MRI 자료를 갖춘 467명을 대상으로 미국 적정사용권고 기준을 적용한 결과 약 절반이 레카네맙 치료 적격군으로 분류됐다.

    이는 특정 병원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분석으로 국내 환자 전체의 치료 적격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레켐비 치료 대상이 치매 환자 전체가 아니라 초기 단계 환자 가운데 병리와 안전성 기준을 충족한 일부로 제한된다는 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레켐비 보장 OK’ 전면에… 실제 지급은 여러 조건 충족해야

    보험업계에서 레켐비 보장을 가장 먼저 상품화한 곳은 흥국화재다. 흥국화재는 2024년 12월 ‘표적치매약물허가치료비’ 특약에 대해 9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 /AI생성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초기 특약은 경증치매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확인, 표적치매약물 치료 등 여러 지급 요건을 충족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레켐비 투여를 시작했다고 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진단과 검사, 치료 과정 전반을 거쳐야 하는 구조였다. 

    흥국화재가 현재 판매 중인 상품은 초기 상품과 지급 방식이 다르다. 현행 상품은 투약 횟수 구간에 따라 보험금을 단계적으로 나눠 지급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다만 초기 알츠하이머병 또는 최경증치매 진단, 아밀로이드 베타 병리 확인, 허가된 표적치매약물 치료 시행 등의 기본 요건은 그대로 유지된다. 

    즉 보험사들이 ‘레켐비 보장’을 전면에 내세우더라도 실제 보험금 지급 여부는 진단 기준과 검사 결과, 치료 진행 여부, 약관상 지급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국내 처방 초기부터 시작된 보험 경쟁

    레켐비 관련 특약이 등장한 시점도 눈에 띈다. 서울아산병원은 2024년 12월 16일 레켐비 처방을 시작했고, 흥국화재는 사흘 뒤인 같은 달 19일 배타적사용권 획득을 발표했다. 

    상품 설계와 배타적사용권 심사는 이보다 앞서 진행됐겠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레켐비 처방이 막 시작되던 단계였다. 전국적인 처방 경험과 보험금 청구 데이터, 손해율이 충분히 축적되기 전에 관련 보험상품이 먼저 시장에 나온 셈이다.  

    이후 흥국화재의 배타적사용권이 종료되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DB손해보험 등도 표적치매약물 관련 특약을 잇따라 출시했다. 

    후발 상품들은 동일한 구조를 그대로 따르지는 않았다. 일부는 투약 횟수에 따라 보험금을 나눠 지급하고, 일부는 CT·MRI·PET 검사비와 장기요양, 간병 보장 등을 결합하며 보장 범위를 확대했다. 보험사들이 레켐비 약값만 보장하다가 언론의 지적 등을 의식한 듯 초기 진단과 검사, 치료, 모니터링, 돌봄까지 치매 치료 전 과정을 하나의 상품에 담아 비판을 비켜 가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처방은 수십배 늘었지만 지급 실적은 깜깜이

    레켐비의 국내 처방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월간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처방 건수는 2024년 12월 167건에서 2025년 12월 4362건으로 늘었다. 다만 처방 건수에는 동일 환자의 반복 투여가 포함될 수 있다. 

    2026년 2월 기준 대한치매학회의 JOY-ALZ 레지스트리에는 901명이 등록됐고, 이 가운데 652명이 실제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의료기관과 관련 인프라도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처방 증가가 보험금 지급 증가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개별 보험사들은 레켐비 특약의 가입 건수와 지급 건수, 평균 지급액, 손해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험사들이 상품을 설계할 당시 예상했던 청구율이나 손해율 역시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레켐비 특약이 실제 보험사에 어느 정도의 지급 부담을 주는지, 또는 수익성이 어떠한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6년 2~3월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치매보험 보장한도 관련 자료를 요구하며 경쟁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사 결과와 보험사별 지급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보험업계가 고가 첨단치료를 별도 특약으로 상품화하면서 지급 횟수와 면책기간, 감액 조건 등을 함께 두는 방식은 레켐비가 처음은 아니다. CAR-T 항암치료와 중입자치료, 양성자치료, 다빈치로봇수술 관련 특약에도 유사한 지급 구조가 적용돼 왔다. 신약이 나올 때마다 반복돼 온 패턴이다.

    레켐비 특약 역시 ‘신약을 보장한다’는 점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보장하는지가 핵심이다. 같은 레켐비 특약이라도 진단 기준과 투약 조건, 보장 개시 시점, 지급 방식에 따라 실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레켐비를 보장한다’는 문구가 아니라 약관에 적힌 지급 조건이다. 실제 보험금 지급 여부는 진단 기준과 검사 결과, 투약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험사들이 가입 건수와 지급 건수, 손해율 등 특약 운영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장 범위와 조건 등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받기 힘든 보험을 과대광고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치매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약이 없다는 점과 치매 지연 효과가 있다는 제약사의 광고, 비보험 상품이라는 점이 환우들의 약한 마음을 흔드는 연결고리로 작용해 과대광고 및 지급 조건 등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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