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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까지 했을까. 영화 '호프'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이었다. 달리는 말 위에서 두 손을 놓고, 한 발로 균형을 잡은 채 자동차로 몸을 옮긴다.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사투를 벌이며 끝없이 내던져지고 또 일어난다. 화면 속 조인성은 배우라기보다 극한 상황에 던져진 한 인간처럼 보인다. 허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객이 그를 끝내 믿게 되는 이유다.
조인성 역시 그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 "힘들었냐"라는 물음에 그는 말 대신 한숨부터 나왔다고 했다. "'어땠냐'라고 물어보는데 말로 잘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그냥 한숨을 쉬었더니 '알겠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고생은 다 같이 했죠."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작은 항구마을 호포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SF 스릴러다. 조인성은 마을 청년 성기를 연기했다. 처음에는 미지의 존재를 쫓지만, 어느 순간 쫓기는 사람이 되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본능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인물이다. -
그 과정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말 추격 장면이었다. 달리는 말에서 자동차로 몸을 옮기는 액션은 무술팀도, 승마 전문가도 "이렇게까지는 해본 적 없다"라고 했던 장면이었다.
"'이걸 내가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싶었어요.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말을 한 발로 타본 적도 없고요. 말은 차처럼 일정하게 움직이지 않아요. 굴곡이 있으면 몸이 튕겨 나갑니다."
촬영은 생각보다 훨씬 위험했다. 아스팔트는 말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고, 대형 드론과 촬영 차량이 동시에 움직였다. 차가 출발하면 말도 흥분했고, 촬영은 한 번에 끝나는 법이 없었다. 같은 질주를 여섯 번, 일곱 번 반복해야 했다.
"촬영이 시작되면 스태프들이 다 손을 모으고 있었어요. 말은 차도 싫어하고 드론도 싫어하거든요. 멀리서 '컷' 소리만 듣고 사고가 났는지 아닌지를 짐작할 정도였어요. '컷, 오케이'가 들리면 그제야 다 같이 손뼉을 쳤죠."
나홍진 감독조차 배우가 직접 장면을 완성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촬영 다음 날 감독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원래 안 되는 거라던데, 어떻게 했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하라고 하시니까 했죠'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대단한 분이네'라고 하시더라고요." -
당시를 떠올리는 조인성의 모습에 해탈한 듯한 미소가 스쳤다. 조인성이 촬영한 분량은 모두 직접 촬영한 분량이다. 조인성은 "현장에 더미 자체가 없었다"라며 CG(컴퓨터 그래픽)의 도움 없이 직접 촬영한 것임을 강조했다. "티켓 값을 받을 염치라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볼거리와 처절함을 안겨드려야 했다. 새로운 걸 만들려면, 용기가 조금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이야기하면서다. 그 말에 조인성이 '호프' 현장에서 직접 임한 모든 이유가 다 담겨있었다.
그는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외계 생명체를 보는 경험이 아니라고 했다. 배우가 직접 몸으로 만들어내는 긴장감,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액션이 있어야 비로소 영화적 쾌감이 완성된다고 믿었다.
"'호프'에 그런 장면이 없다면 앙꼬 없는 찐빵 같지 않을까요. 티켓값을 받을 염치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잖아요. 과학기술이 만들어내는 볼거리도 있지만, 인간이 직접 해내는 처절함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그에게 성기는 단순히 액션을 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조인성은 성기를 "생존하려는 인간"으로 이해했다. 처음에는 괴물을 쫓지만, 이후에는 자신이 쫓기는 처지가 된다.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은 액션보다도 삶을 붙잡으려는 본능이었다. 영화 속 성기가 감자를 허겁지겁 먹는 장면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 생존 본능은 액션보다 눈빛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조인성은 크리처가 무섭게 보이려면 먼저 자신의 공포가 진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는 액션보다 성기가 어떤 사람인지가 먼저 쌓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성기 무리 안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범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어떤 사람인지가 자연스럽게 보여야 마지막 감정도 살아나니까요."
"'밀수' 때도 느꼈지만 인물은 결국 상대방의 리액션으로 살아나요. 이번에도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무섭게 보이려면 제가 먼저 충분히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장면을 가장 좋아한 사람도 나홍진 감독이었다.
"감독님이 원래 무전기로 연기 디렉션을 잘 안 주세요. 그런데 어느 날 '컷' 하더니 막 뛰어오시는 거예요. 대단한 말씀을 하실 줄 알았는데 '죽여' 한마디하시고 다시 뛰어가시더라고요. (웃음)" -
조인성 역시 이 영화를 한국형 SF의 완성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는 계속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도 앞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BTS(방탄소년단)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수많은 선배의 도전이 쌓여 지금이 된 것처럼 우리도 그 과정 안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무리할 무렵 조인성은 '능소화' 이야기를 꺼냈다. 여름에 피는 꽃인 능소화(凌霄花)에 대해 '여름어 사전'에서는 '한자로 업신여길 능, 하늘 소, 꽃 화자를 쓴다. 풀이하자면,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이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지금의 '호프'가 꼭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능소화 같다고 말했다. 장르의 한계를 넘어야 하고, 침체한 한국 영화 시장도 견뎌야 하는 작품. "지금 제가 지키고 싶은 것은 이 영화가 관객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호프'예요."
영화를 위해 몸을 던진 이유를 묻는 말에 조인성은 끝내 거창한 사명감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관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한마디 안에는 배우가 자신의 몸으로 관객의 몰입을 책임지려 했던 시간과, 한국 영화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한 믿음이 함께 담겨 있다.
- 조명현 객원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