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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은 평균값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진료실에서 연이어 측정한 두 차례 혈압의 차이도 향후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별도의 검사나 장비 없이 진료실에서 이미 측정하고 있는 혈압 정보를 장기 위험 평가에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배성아 교수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진인태 교수, 연세의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허석재 교수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고혈압과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성인 41만 6,922명을 약 16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심장협회(AH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JAHA)'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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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현장에서는 혈압을 두 차례 이상 측정한 뒤 평균값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같은 진료에서 연이어 측정한 혈압의 차이가 장기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진료실에서 연속 측정한 두 차례 수축기 혈압의 차이에 따라 참가자를 네 그룹으로 나눠 비교했다. 1차 평가 지표(primary endpoint)는 모든 원인 사망이었으며, 신규 고혈압과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발생도 함께 분석했다.
분석 결과, 혈압 차이가 가장 큰 그룹은 가장 작은 그룹보다 모든 원인 사망과 심근경색, 심부전 위험이 각각 약 7% 높았고, 뇌졸중 위험은 약 9%, 신규 고혈압 발생 위험은 19% 높게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모든 원인 사망(HR 1.07, 95% CI 1.04~1.10), 심근경색(HR 1.07, 95% CI 1.02~1.12), 심부전(HR 1.07, 95% CI 1.02~1.13), 뇌졸중(HR 1.086, 95% CI 1.03~1.15), 신규 고혈압(HR 1.191)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연관성은 나이와 성별, 흡연 여부, 체질량지수(BMI), 기저 혈압 등을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하위군 분석에서는 65세 미만에서 사망과 뇌졸중 위험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더 뚜렷했으며, 흡연자에게서는 사망 위험과의 연관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 혈압 자체가 정상 범위인 사람에서도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 차이가 큰 경우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이 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공동 제1저자인 진인태 교수와 허석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압의 평균값뿐 아니라 한 번의 짧은 진료 시간 내에 나타나는 혈압 차이가 독립적인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추가 장비나 비용 없이 진료실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한 정보가 십수 년 뒤의 건강과 연관된다는 것이 연구 결과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배성아 교수는 “고혈압 진단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이라도 진료 시 혈압 차이가 크다면 더 자주 혈압을 재보고 일찍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2024년 유럽심장학회(ESC) 고혈압 진료 지침이 수축기 혈압 120~139mmHg를 새로운 관리 대상으로 제시한 점을 언급하며, 고혈압으로 진단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진료실 혈압 차이가 크면 보다 면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상의가 한 번의 진료에서 반복 측정한 혈압 변동도 함께 기록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관찰연구인 만큼 혈압 차이가 심혈관질환이나 사망 위험을 직접 높인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병원 밖에서 측정한 혈압 자료를 포함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다른 인구 집단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가상환자·가상병원 기반 의료기술 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비 지원기관은 연구 설계와 자료 수집·분석, 논문 작성 및 게재 결정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며, 저자들은 이해 상충이 없다고 밝혔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