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진료 자료·건보 청구 자료 연계…성향 점수 매칭 후 수술률 2.63% vs 3.64%
관찰연구인 만큼 인과관계 단정 어려워…추가 무작위 대조 연구 필요
-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 환자 가운데 조제 한약을 30일 이상 복용한 환자군이 장기 추적에서 척추 수술을 받을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 진료 자료와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연계해 6669명을 분석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로, 연구진은 한약 복용과 장기적인 요추 수술 위험 감소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이윤재 부소장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에 지난 6월 29일 게재됐다.
-
허리디스크는 추간판(디스크)이 돌출돼 신경을 압박하면서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하며, 증상이 심하거나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되면 수술을 고려한다.
연구팀은 2016~2017년 자생한방병원 4곳에서 허리디스크로 처음 진료받은 환자 6,669명을 대상으로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HR)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자료를 연계해 분석했다. 신경학적 고위험 환자와 조기 수술을 받은 환자는 제외했으며, 조제 한약을 30일 이상 복용한 환자와 30일 미만 복용한 환자를 비교했다.
연구진은 연령과 성별, 기저질환, 통증 정도 등 두 집단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을 적용한 뒤 최대 2021년 7월까지 추간판절제술, 후궁절제술, 척추유합술 등 요추 수술 시행 여부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한약 복용군의 요추 수술 위험비(HR)는 0.71(95% 신뢰구간 0.51~0.97)로 나타났다. 기저질환과 하지 방사통 정도를 추가로 보정한 분석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유지됐다.
성향점수매칭 이후 실제 요추 수술을 받은 환자는 한약 복용군이 2,473명 중 65명(2.63%), 대조군은 2,473명 중 90명(3.64%)이었다.
연구팀은 한약 복용군이 연구 시작 시점에서 통증 정도가 더 높고 외래 진료 이용도 많았던 점을 고려해 추가 보정과 민감도 분석을 시행했다. 외래 진료 횟수까지 반영한 분석에서도 한약 복용군의 요추 수술 위험비는 0.60(95% 신뢰구간 0.43~0.85)으로 나타나 주요 분석과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기존 기초연구에서 보고된 한약의 항염증 효과와 추간판 세포 보호 효과를 뒷받침하는 임상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재 부소장은 실제 진료 자료와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연계해 한약 치료와 장기적인 척추 수술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대규모 관찰연구와 무작위 대조 연구를 통해 한약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를 더 축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제 진료 자료를 활용한 후향적 관찰연구로, 한약 치료가 척추 수술 위험을 직접 낮춘다고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자생한방병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데다 실제 진료 과정에서 침, 약침, 추나요법 등 다양한 한의통합치료가 함께 시행될 수 있어 한약 단독 효과를 분리해 평가한 연구는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도 논문에서 추가 전향적 연구와 무작위 대조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는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연구진이 수행했으며, 연구비 지원과 이해상충 사항을 공개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