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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계획서를 환자가 직접 작성한 환자군에서는 중환자실에서 침습적 연명의료와 의료비가 낮게 나타났지만, 가족이 대신 작성한 환자군에서는 두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이 있을 때 자신의 의사를 직접 남길 수 있는 환경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오탁규·송인애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417개 병원 중환자실(ICU)에 입원한 성인 환자 118만9042명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호흡기·중환자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온라인 선게재(accepted manuscript)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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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생명 연장만을 목적으로 시행하는 의료행위로,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치료, 혈액투석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 유보·중단 의사를 직접 밝힐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뒤 가족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때도 적지 않다. 연구팀은 연명의료 관련 문서가 없는 환자군을 기준으로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군과 가족이 대신 작성한 환자군의 의료 이용 양상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군은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인공호흡기 삽관과 체외생명유지술(ECMO) 등 침습적 연명의료를 받을 가능성이 약 30% 낮았다(OR 0.70). 특히 중환자실 입원 후 90일 이내 사망한 환자만 분석했을 때는 그 가능성이 더욱 낮게 나타났다(OR 0.43).
또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군의 일일 의료비는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약 14% 낮았으며(CR 0.86), 가족이 대신 작성한 환자군은 더 높게 나타났다(CR 1.04).
연구팀은 가족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군에서 침습적 연명의료 시행 가능성이 문서가 없는 환자군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또 논문에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환자에게서도 최종 연명의료계획서를 가족이 대신 작성한 경우 침습적 연명의료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OR 1.69)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환자의 의사를 실제 임종기 치료 과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환자 본인의 의사를 충분히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오탁규 교수는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은 되도록 환자 본인이 자신의 가치와 선호를 표현할 수 있는 시기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환자가 가족, 의료진과 상의한 뒤 자신의 뜻을 남기는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문화를 더욱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전국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한 후향적 관찰연구로, 의사결정 주체와 침습적 연명의료 및 의료비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환자의 중증도와 가족이 대리 결정을 하게 된 개별 상황 등을 모두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의사결정 주체가 치료 강도나 의료비 차이를 직접 초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