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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 "'우리집', 아이가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이야기" [BIKY 현장]

기사입력 2026.07.12.09:44
  • ‘우리집’ GV에 임하고 있는 윤가은 감독의 모습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우리집’ GV에 임하고 있는 윤가은 감독의 모습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2019년 개봉한 영화 '우리집'이 다시 극장에서 관객들과 호흡했다. 특히 단체 관람에 나선 고등학교 학생들의 적극적인 질문과 함께 작품은 새로운 세대의 관객들에게 또 다른 의미를 전했다.

    10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가 진행된 가운데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집'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됐다. '우리집'은 한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하나(김나연), 유미(김시아), 유진(주예림) 자매를 통해 '가족'과 '집'을 돌아보게 되는 작품. 이날 GV에는 윤가은 감독과 영화에서 '하나' 역을 맡은 배우 김나연이 참석해 작품의 결말과 촬영 비하인드, 연기 과정 등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윤가은 감독은 "2018년에 촬영해 2019년에 개봉한 작품이라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며 "오늘 오기 직전에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라 새로운 경험이었을 텐데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반가운 인사를 전했다.

  • ‘우리집’ GV 현장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우리집’ GV 현장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첫 질문은 영화의 열린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한 학생은 "이제 시작되나 했는데 갑자기 끝나서 아빠 폰은 어떻게 됐는지 등 결말이 궁금했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윤가은 감독은 "모든 것에 답을 주는 영화도 있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부모의 이혼은 아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영화는 아이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정확한 실패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무리 이후에는 하나가 부모님의 이혼 과정을 예전보다 조금은 받아들이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나연은 마지막 장면에서 하나가 "우리 밥 먹고 진짜 여행 가자"고 말하는 의미에 대해 "단순히 여행을 가자는 뜻이 아니라 '이제는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라는 의미였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해석은 관객 여러분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가족과 유미·유진 자매 중 하나에게 더 큰 의미를 두게 됐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우정과 가족의 사랑은 같은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순위를 매길 수 없다"라며 "피를 나누지 않았더라도 하나에게 유미와 유진은 가족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모두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라고 답했다.

    촬영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윤가은 감독은 "2018년 여름은 뉴스에 나올 정도의 폭염이었다"라며 "40도에 가까운 더위 속에서 어린 배우들이 하루 8~10시간씩 촬영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촬영 3일 차에 김나연 배우가 크게 넘어져 양쪽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치료를 계속하면서 촬영을 이어갔고 뛰는 장면도 많이 수정했다"라며 "초등학교 6학년이던 나연 배우에게 계속할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고민도 없이 '할 수 있다'라고 답했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라고 말했다.

  • ‘우리집’ GV에 임하고 있는 배우 김나연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우리집’ GV에 임하고 있는 배우 김나연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김나연은 "저에게는 더위와 다친 것, 딱 두 가지가 가장 힘들었다"라며 "하지만 그건 제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저에게는 한다는 선택지밖에 없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극 중 하나가 직접 요리하는 장면 관련, 김나연은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했고, 엄마를 많이 도와드렸다. 영화에 나오는 요리는 다 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윤가은 감독은 "촬영 전 실제로 요리책에 있는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보는 숙제를 내줬다. 그림도 그리고 순서도 정리하며 준비했기 때문에 영화 속 요리는 실제로 배우가 직접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윤가은 감독은 어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촬영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배우들에게는 대본을 모두 공개하지 않고 그날 촬영할 상황만 설명한 뒤 '나라면 어떻게 말할 것 같냐'라고 묻는 방식으로 촬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나연 배우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진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돼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작품들이 하나의 세계관처럼 이어지는 것 같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윤가은 감독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우리들' 다음 영화 제목이 '우리집'이 될 줄도 몰랐다"라며 "다만 '우리집'을 만들던 당시 영화 속 아이들이 너무 외로워 보여 '우리들'의 친구들이 동네 언니처럼 등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연결됐다"라고 밝혔다.

    놀이터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조개껍데기의 의미를 묻는 말에는 "실제로 놀이터 모래에는 조개껍데기가 많이 있다"라며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고, 무의식적으로 바다처럼 넓은 곳으로 가고 싶고 새로운 환경에서 회복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우리집’ GV 현장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우리집’ GV 현장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GV를 마무리하며 윤가은 감독은 "오늘 정말 긴장을 많이 했는데 관객분들의 질문을 들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영화를 이렇게 섬세하게 봐주시고 구체적으로 질문해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영화는 극장에 걸리는 순간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 함께 영화를 다시 살려주셔서 감사하고, BIKY에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으니 다른 영화들도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김나연 역시 "여러분의 질문 하나하나에서 영화를 정말 진심으로 봐주셨다는 것이 느껴져 감사한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윤가은 감독은 올해 처음 신설된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 '인 포커스(In Focus)' 섹션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영화제는 '우리집'을 비롯해 '우리들', '세계의 주인들' 등 윤가은 감독의 주요 연출작과 감독이 직접 선정한 어린이 영화들을 상영하며 관객들과 다양한 GV를 이어간다. 제2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오는 14일까지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영화진흥위원회,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롯데시네마 부산명지 등 부산 일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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